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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크리드를 연속으로 네 번이나 한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현악기가 중심이 된 음악이 감도는 게임 속 세계는 이질적이다. 마주친 적은 과거와 달리 몇 타에 쓰러지지 않아 마치 내 몸이 무거워진 듯하다. 업그레이드하면 진행은 편해지지만, 초반에는 역시 버튼을 연타해야 하므로 다소 지친다. 항상 그렇듯이 적은 쓰러트리기 전에 매의 눈으로 훑는데 위에 레벨이 뜨는 게 RPG식 어쌔신 크리드의 서막을 연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을 연상케 한다. 주인공은 제이콥 프라이와 이디 프라이라는 이란성 쌍둥이다. 서두를 보면 둘 다 악동 같은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언니인 이디 프라이는 예의가 있어 훨신 호감이다. 일례로 초반에 로프 다트라는 장비를 얻게 되는데, 제이콥은 여기에 정신이 팔려 암살단의 일원과 대화를 하고 있..
우리나라 소설도 처음 읽을 때는 인물이 누군지 파악해야 하므로 이야기에 푹 빠질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만약 외국어로 된 소설이라면, 번역되었다 하더라도 이 어려움은 더할 것이다. 여기에 어쌔신 크리드 3의 외전인 리버레이션은 한술 더 뜬다. 3도 군데군데 결락된 곳이 있어 어색한 부분이 있는데 이건 외전이고, 당시 비타로 출시되었기 때문인지 이야기가 3보다도 촘촘하지 못하다. 정식 시리즈라면 영상으로 곳곳에 삽입되었어야 할 내용이 본작에선 시퀀스 전환 시 나오는 화이트룸(대기화면)에 간단하게 설명을 써 놓는 거로 대체된다. 그러니 각 시퀀스는 유기적이기 않고 일화를 보는 느낌이 강하다. 아비가 죽어가는데 암살 대상을 쫓으러 가는 주인공 아블린이나, 편집증에 휩싸인 아가테도 설명이 충분치 않아 그저 현..
△ 신기루 어쌔신 크리드 3의 주역 라둔하게둔(코너)에게 있어 암살자란 수단이었다. 큰 건 바라지 않았다. 그저 원래 살던 곳에 평화롭게 살게만 해 주십사하는 것만이 소망이었다. 라둔하게둔이 속한 이로쿼이 부족은 원래부터 미국 땅에 정착해 살았지만, 이른바 선진 - 기술만 선진이었지 의식은 선진이 아니었다 - 문명을 지녔단 것만으로 이민자들에 의해 야만인이라 업신여겨진다. 그랬기에 그의 열망은 사람다운 삶을 이루기 위한 근본적인 것이 되었다. 자신의 정체성이었던 이름도 출신도 덧씌워가면서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계략으로 인해 소원해진 동포들과의 관계였다. 절망감이 클 텐데도, 세상이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지언정 여전히 그들을 위해 움직이는 그는 박해받는 순교자였다가, 어느 순간을 넘어서는 집념..
여태까지 해 온 어쌔신 크리드는 자유를 목표로 하는 암살자의 이야기였고, 그들의 대척점에는 템플러가 있었다. 암살자들의 이야기를 몇 작이나 봐온 플레이어는 암살자는 정의로, 템플러는 악으로 치환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무를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으며, 관계도 복잡다양하다. 당연히 암살자들도 철옹성 같은 정의가 아니며, 질서와 통제를 표방하는 템플러 진영도 사실은 그들만의 정의를 가지고 있다. 모든 이야기는 쓰는 사람의 것이다. 사실로 보이는 것마저도 조작은 하지 않을지언정 고의적 누락과 제공하는 정보의 양으로 정당하게 왜곡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암살자의 이야기에서는 템플러가 아주 잘못된 단체로 나왔는데, 템플러 시점인 어쌔신 크리드 로그에서는 반대로 암살자들이 ..
언차티드는 인물들의 서사가 펼쳐지기는 하지만 주는 유물 사냥꾼의 활극이다. 구성도 매 편이 대동소이하다. 유적을 탐험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아 항상 보물을 다투는 적이 등장하고, 주인공 일행이 부상이나 납치를 당해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지만 이를 뒤집는 호쾌함으로 맺는다. 모든 작품에서 초자연적 요소가 나오고 이에 대한 설명은 얼렁뚱땅 넘어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어쨌든 간에 재미도 있어 각 편이 길어도 사흘 정도에 끝난다. 유적을 찾기까지 거쳐 가는 장소는 대부분이 폐허이지만 다양한 지역을 넘나들어 지겹지 않다. 그렇게 산전수전 끝에 다다른, 시대를 앞서간 잊혀버린 유적은 웅장해 게임이지마는 보람이 있다. 탐험은 파쿠르와 퍼즐로 이뤄지는데, 어쌔신크리드 오리진에서부터 ..
하도 유명하길래 베타테스트 때 건드려 봤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도대체 뭐가 재미있는지 포인트도 찾을 수 없어서 그냥 취향이 아닌가 보다 했는데 웬걸. 완다와 거상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목적으로 하니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역시 사람은 딴짓할 때가 가장 재미있다.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실제론 수집-장비 맞추기-전투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아이템 수집 및 조합에서 아틀리에 시리즈를 떠올릴만한 아기자기함이 있고, 전투할 때는 아이템과 환경을 이용해서 다양한 방법을 유도하는 게 좋다. 그렇게 해서 앞에 펼쳐진 난관을 넘어섰을 때의 감개무량함은 말로 표현 못 한다. 결과 창이 나올 때 흐르는 음악도 이에 한몫한다. 여기까지 적으면 굉장히 고생한 것 같지만, 여태까지 게임을 해 온 게 있어 그런지 웬만..
완다와 거상은 보스전만 있는 게임이다. 아무것도 없다. 시작하자마자 바로 보스에게 간다. 무기와 활뿐인 장비는 내 앞의 상대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공략'을 위한 것이다. 게임은 액션인 듯하면서 본질적인 부분에선 퍼즐이다. 그렇지만 이 독특함을 조작감이 망친다. 말 이름은 아그로인데 어그로꾼이 따로 없으며, 이상적인 카메라워크가 정해져 있어서 플레이어가 임의로 카메라를 돌리면 다시 돌아가는데 처음에 이걸 몰라서 엄청난 멀미를 일으켰다. 그러나 고통 속에서 꾸역꾸역 플레이함으로써 다시 보인 부분도 있었다. 오프닝 영상과 엔딩의 연결, [최대 체력, 악력 세팅 → 비밀정원, 금단의 과일→ 금단의 땅 건너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트로피 설계. 거의 모든 플레이어에게도 마지막 트로피가 됐을 이 금단의 땅 건..
불행을 비교하는 건 웃긴 일이다. 같은 불행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떤 특성 - 가령,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든가 - 을 지니는지, 어떤 인적, 사회적 자본을 가졌는지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져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주인공 중 하나인 모르가나는 누가 봐도 평범의 범주를 훨씬 넘어선 고통을 받았고, 그렇기에 다른 이를 원망하는 것도 지극히 인간적이다. 모르가나는 명백히 살해당했다. 그래서 그녀는 환생한 그들에게 철저히 복수한다. 반드시 저택에 찾아와 불행한 결말을 다다르도록 저주했다. 미셸에 감화되어 그들을 저주의 인과에서 풀어낼 때까지도 그녀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용서한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게임은 모르가나에 너무 집중해서 상대적으로 또 다른 주인공인 미셸과 지젤에..
*새벽하늘
다람쥐와 호두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