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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탈출 게임이다. 탈출 게임은 플레이어가 주변 환경을 탐색하여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보통 혼자서 진행한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수수께끼의 단서를 탐색하는 공간과 수수께끼를 푸는 공간에서 동시에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두 명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문제는 같이 할 사람이다. 아는 사람과 같이하면 좋지만, 항상 혼자서 게임을 해 왔다면 게임 내 대기실에서 짝을 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게임은 한국어판이 없고, 상대는 높은 확률로 영어 구사자일 것이기 때문에 역시 상대는 따로 구하는 게 좋다. 거듭된 실패는 게임을 끝냈을 때의 성취감을 배가시키지만, 난관에 부딪히는 과정이 힘들다면 게임의 문법을 알고 있는 사람과 같이하는 것이 좋다. 소통은 필수다. 게임에는 이를 위한 무전기 기능이 있지..
헤이덤과 코너가 마음에 들어서 시작한 게임이지만 이 둘에 대해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게임이 재미있으면 괜찮았을 텐데, 주인공인 에드워드 - 헤이덤의 아버지 - 는 시작부터 형편없는 사람이라 정을 붙이기가 힘들었다. 유유상종이라고 주위 사람들도 거의 다 비슷한 수준이라 게임을 하면서도 한숨이 나왔다. 나중에는 한때의 우정이 어쩌고 하며 폼을 잡는데, 웃기지도 않다. 설마 게임 제작사인 유비소프트(혹은 앱스테르고)는 이게 재미있다고 생각한 걸까? 해적이라니 왠지 멋져 보이지만 어차피 해상강도일뿐이다. 무일푼으로 일군 자신의 터전도 따지고 보면 남의 재산 위에 새워진 모래성일 뿐이고, 발붙일 곳이 없어진 것도 결국은 서로의 분열로 인한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삶을 택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이 세상에서 ..
소문만 무성하던 게임이 아니었다. 너무 유명하면 오히려 반감만 생기는데 막상 해 보니 플래티넘 트로피라는 목표 없이도 기꺼이 다회차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웅장하게 흐르는 초반의 영상과, 이와 큰 차이 없는 퀄리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인게임 그래픽, 비장한 음악 위에 펼쳐지는 별의 운명을 지키기 위한 무모한 도전. 여기에다 세계의 비밀, 조직의 비밀, 그리고 주인공의 비밀까지 숨겨져 있어 흡입력은 굉장하다. 인물들은 상처 입으면서 나아가고 연대해나가며 진지한 분위기를 형성하지만 가끔씩 터져 나오는 소소한 웃음거리도 있어 숨이 막히지는 않다. 허세나 잘난 체 등에는 보는 사람이 다 부끄러워지지만 동시에 또 멋있다. 일본 하위문화에 대해 안고 있는 막연한 이미지의 구현화다. 그러나 이 게임에 ..
무인도에서의 삶이 시작됐다. 허허벌판이라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인도 이주 계획의 설계자 '너굴'은 이런저런 조언을 해 준다. 모든 것은 그의 손바닥 위다. 주민을 늘리고, 섬을 개간하고, 집을 증축해, 마지막엔 사심 가득한 목표인 유명 음악가 초대까지 그의 계획대로 차근차근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누비는 '동물의 숲'이라는 세계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본체의 시간과 연동되어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은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지금이라 더욱 빠져든다. 바다로 가지 않으면 항시 배경음이 들려 자연의 소리가 두드러지게 들리지 않는 게 못내 아쉽다. 환경 효과음과 게임 내 배경음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외에 작물이나 과일을 심을 수도 있고, 곤충채집을 할 수도 있으며, 물고기를 잡을 수도..
근미래의 런던.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고, 악행도 기술에 발맞춰 최첨단의 방식으로 자행된다. 시작은 해커집단 데드섹의 괴멸이었고, 목표는 데드섹의 부흥과 런던 해방이다. 이야기에 다수의 부가과제가 있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자사의 다른 게임처럼 지역을 몇 개의 영역으로 나눠 해방하는 방식도 추가되었다. 물론 이 '지역 해방' 과제는 다른 부가 과제와 마찬가지로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수월하게 이끌어 줄 우수한 요원은 대부분 지역 해방 과제의 보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반은 강제되는 점이 있다. 안타깝지만, 이들 과제는 대부분이 쉽게 해결되어 큰 재미는 없다. 그렇다고 본론인 이야기가 재미있냐면 그것도 아니다. 데드섹을 괴멸시킨 조직 '제로데이'를 찾아내면서 곁다리로 다른 악의 집단을 타도..
몇 년 전 컵헤드가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는데, 외장 그래픽카드를 달지 않아 이대로 흘려보내야만 했다. 다행히도 인기 덕분에 게임은 다른 기종으로 이식되기 시작했고, 몇 달 전에 드디어 플레이 스테이션에서도 발매됐다. 한국어판 가격은 비싸게 측정되어 있어서 일본어판을 샀는데, 실행하고 보니 한국어가 지원되어 두 배로 이득을 본 기분이다. 생동감 넘치는 옛날 만화 그림체, 부드러운 수채화 배경, 전자음이 아니라 귀가 편안한 음악. 과거 회귀의 정서가 물씬 느껴지지만, 이들 요소가 품고 있는 본질은 절대 만만치 않다. 체력은 3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레벨업은 없으며, 체력을 증가시키면 공격력도 함께 떨어진다. 그 때문에 게임을 완벽에 가깝게 해내야만 하는데, 이게 바로 게임이 어려운 이유다. 분명 할 수 있을..
우리는 해물탕이 먹고 싶을 때 살아있는 낙지를 펄펄 끓는 육수에 넣어 해물탕을 만드는 야만스러운 행위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도 아픔이 있다. 어차피 그럴 운명이라면, 적어도 낙지를 미리 죽인 후에 조리하는 게 최소한의 배려일 거다. 전장에서도 적이 항복을 외치면 공격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2(이하 라오어2)의 시작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업보가 불러온 복수였다. 아무리 조엘이 노련하고 강하다 한들 예측불허의 상황과 일대 다수의 상황 앞에선 무력하다. 우리가 여태까지 의지했던 자가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는 건 내적 권력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사이비 종교에서 자녀 앞에서 보호자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와 비슷한 절망감과 공허감을 안겨준다. 빈자리는 강렬한 복수가 차지한..
사람들이 떠나가 예전 같지 않은 마을을, 나의 장기인 그림으로 복원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주인공 애시는 썩 기뻤을 것이다. 그림에는 소질이 있지만 이런 나를 봐주지 않고 괴롭히기만 하는 마을 아이들과 한 선을 긋게 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올리브그린의 때가 뒤덮은 세계에서 그와 그가 휘두른 붓만이 채도와 대비가 살아있다. 신비로운 붓은 자신마저도 칠해버렸는지 삽입된 장면에서는 유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도 든다. 특유의 뚝뚝 끊어지는 움직임이 참 정감 있지만, 영상에만 머물렀어야 할 특성이 게임을 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쳐 뻣뻣한 느낌이 든다. 마을을 탐험하는 데는 많은 경우 '지니'라는, 그림으로 그린 생명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마을 곳곳에 흩어진 애시의 찢어진 스케치북에서 머리, 몸통..
*새벽하늘
다람쥐와 호두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