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물탕이 먹고 싶을 때 살아있는 낙지를 펄펄 끓는 육수에 넣어 해물탕을 만드는 야만스러운 행위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도 아픔이 있다. 어차피 그럴 운명이라면, 적어도 낙지를 미리 죽인 후에 조리하는 게 최소한의 배려일 거다. 전장에서도 적이 항복을 외치면 공격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2(이하 라오어2)의 시작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업보가 불러온 복수였다. 아무리 조엘이 노련하고 강하다 한들 예측불허의 상황과 일대 다수의 상황 앞에선 무력하다. 우리가 여태까지 의지했던 자가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는 건 내적 권력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사이비 종교에서 자녀 앞에서 보호자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와 비슷한 절망감과 공허감을 안겨준다. 빈자리는 강렬한 복수가 차지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더니 맹렬한 사랑과 양상이 닮았다. 나머지 요소를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감정에 모든 것을 쏟은 나머지 삶과의 균형은 무너져버린다.
맹목적인 건 또 다른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제작진의 의도적인 구성 아래 놀랍도록 비슷한 경험을 해온 두 번째 주인공 또한 복수에 집착했었다. 이들 주변은 황폐하다. 자신들을 지지해주던 주변인들도 앞뒤 가리지 않고 복수만 바라보는 그들에 질려 기어이는 떠나간다.
복수는 무한이며, 연쇄는 자신만이 끊을 수 있다. 또 다른 주인공은 자신이 한 행동이 친구를 모조리 죽이는 결과로 이어졌으면서도 살려서 보내줬더니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느냐는 어이없는 소리를 해서 플레이어의 분노를 유발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 또한 또 다른 주인공의 아버지를 죽인 것이 원인이니 우리 측이 잘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지만 1편부터 플레이해온 입장에서는 주인공인 엘리에게 이입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다시 훑으면서도 그들의 사정을 이해는 할지언정 공감은 할 수 없었다. 첫 장면에서 느낀 극한의 미움이 절대적으로 엘리의 시점으로 진행하도록 만들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엘리는 결국 복수할 기회를 따낸다. 그렇지만 최후의 순간에서 엘리는 상대를 살려준다. 엘리는 자신을 둘러싼, 1의 핵심이면서 2편의 근원이 되기도 했던 행위에 대해 조엘이 '그날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난 똑같이 행동할 거다'라고 말하는 걸 떠올린다. 모든 이가 그런 간절함을 가지고 행동하고, 결국은 이 모든 과정이 반복될 뿐이라는 생각으로 상대를 놔준 게 아닌가 싶다. 복수는 통쾌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미움의 대상과 닮아가니 정말 다행스럽다. 시원스럽지는 않지만, 동시에 모든 걸 맛볼 수는 없으니 수용할 수밖에 없다. 불완전한 복수 뒤에 남은 건 황폐해진 터전이지만, 이 또한 감내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