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를 연속으로 네 번이나 한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현악기가 중심이 된 음악이 감도는 게임 속 세계는 이질적이다. 마주친 적은 과거와 달리 몇 타에 쓰러지지 않아 마치 내 몸이 무거워진 듯하다. 업그레이드하면 진행은 편해지지만, 초반에는 역시 버튼을 연타해야 하므로 다소 지친다. 항상 그렇듯이 적은 쓰러트리기 전에 매의 눈으로 훑는데 위에 레벨이 뜨는 게 RPG식 어쌔신 크리드의 서막을 연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을 연상케 한다.
주인공은 제이콥 프라이와 이디 프라이라는 이란성 쌍둥이다. 서두를 보면 둘 다 악동 같은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언니인 이디 프라이는 예의가 있어 훨신 호감이다. 일례로 초반에 로프 다트라는 장비를 얻게 되는데, 제이콥은 여기에 정신이 팔려 암살단의 일원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눈길도 안 주는 모습을 보인다. 사회 개혁을 위해서는 자신들의 편을 만들어야 한다는 흐름으로 갈 때는 갱단을 운운하며 철없는 소리를 한다. 이런 미성숙한 목소리를 실어주다니. 여기서부터 눈치채야 했다. 게임은 제이콥의 편이었다.
제작사의 개입은 계속된다. 분량은 제이콥이 월등하다. 가히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수준이다. 양아치와 같은 태도도 거슬리긴 하지만, 더 문제는 숙고 없이 감정에 맡겨 행동한다는 거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불찰로 인한 나비효과의 수습은 당사자가 아닌 누나인 이비 프라이가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다양한 방법이 사용될 수는 있고 그게 창의력의 근간이긴 하나, 상황에 따라서 전략은 한정되어 있다.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 데다 암살단이 열세인 점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제이콥의 방식은 수용되긴 힘들다. 그렇지만 게임은 제이콥의 입을 빌려 이비 프라이에게도 단점은 있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단기적인 시각이다. 게임에서 시간은 흘러야 하지만 계기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사고뭉치 인물상 또는 성격이 필요한 건 아니라 생각한다.
현대 편은 주역인 데스몬드가 퇴장한 후 플레이어를 입회자라는 하나의 등장인물로 끌어들여 진행한다. 션 헤이스팅스도, 레베카 크레인도 여전히 건강하다. 오초 버그가 진입하고 둘이 남겨진 모습이 불안하긴 한데 잘 살아있으려나 모르겠다. 다음 작이 오리진인데, 오디세이까지 해봐도 여전히 이들의 소식은 깜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