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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거나 밝거나 기묘한 HPHaccaWorks* 이 서클의 전작을 굉장히 좋아했다. 차기작에 관심 가지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지만 정식 제작사가 아닌 동인 서클이니만큼 발매일은 차일피일 늦어졌고 그렇게 기억에 잊혀갔다. 나중에 해봐야겠다고 생각이 든 건 발매된 지 한참이 지난 후였다. 시기가 지난 뒤에 게임을 하자고 마음먹는 건 참 어렵다. 해보려고 했지만, 초반만 보고 끈 지가 도대체 몇 번인지. 이러다가는 영원히 클리어하지 못하겠다 싶어 와치독2를 끝내고 난 후 집중해서 빠르게 게임을 클리어했다. 생각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식사를 시작하자'는 캐치프레이즈만 머릿속에 넣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식사의 주체는 요괴(あやかし)고, 그들에게 있어 음식은 인간이다. 그것도 단순한 인간이 아닌 좋아..
Unravel HPColdWood Interactive Unravel은 특정한 이야기 흐름은 존재하지 않고 집 곳곳에 배치된 사진과 관련된 기억을 더듬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각 스테이지는 사진을 통해 진행되는데, 중간중간 기억의 단편들이 점묘화 형식으로 제시된다. 촘촘하다고는 하나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플레이어를 대신해 게임 속 가족들의 기억을 엿보는 건 빨간 털실 인형 Yarny다. 양쪽 머리 위에 난 귀 같기도 한 무엇 때문에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Yarny는 실이 떨어져 뼈대만 남는 모습조차 귀엽다. 하지만 Yarny를 움직이는 것은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다. 내용은 가족들의 여러 가지 추억들이라 가끔은 슬프기는 해도 대체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지만, 이런 감정에 도달하기까지 거쳐..
Watch Dogs 2 HPUbisoft 아는 분에게서 같이 멀티플레이를 하자는 권유를 받아 시작했다. 게임은 주인공인 마커스 할러웨이를 포함한 해커집단 DedSec가 사람들의 정보를 조작 및 통제하는 기업 블룸을 무너트리기 위한 여정을 그린다. 그렇지만 분위기가 무겁기는커녕 중반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작중 내내 유쾌하다. 서양권 매체에 대해 막연하게 안는 유쾌한 이미지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와는 반비례해 이들이 행하는 행동에 대한 진중함은 떨어져 빅브라더에 저항하고 있음에도 무게감은 청소년들의 일탈 행동에서 받는 그것과 비슷하다. 유쾌한 분위기 주인공 집단은 모두 해커이기 때문에 문제의 주 해결수단 또한 해킹이다. 그렇지만 해킹의 범위가 넓은 데다, 해킹만이 아닌 총기류나 보조장비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
Horizon Zero Dawn HPGuerrilla Games 굉장히 많이 회자된 게임이었지만 차마 해볼까 하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던 게임인데 추천을 두 번이나 받아 플레이하게 되었다. 게임은 번영한 현재의 세계를 과거로 두고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다. 인간들은 과거의 부족사회 수준으로 퇴화했으며, 자연에는 기괴한 기계생명체가 거주하고 있다. 금속에서 느껴지는 기계의 차가운 미래지향적 느낌과 쇠퇴한 인류의 과거 건축물, 그리고 현 인류의 퇴화한 부족 문화와 무성해진 자연환경은 서로 어우러져 언밸런스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를 표현하는 그래픽의 퀄리티 또한 감히 현세대 게임 중 감히 최고라 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시시각각 변하는 광원효과와 날씨가 더해지니 게임은 실제에 한층 더 나아간 느낌을 ..
Life Is Strange HPDONTNOD Entertainment 모든 일은 어느 날 갑자기를 기준으로 급변한다. 수업 시간 중 자신의 마을에 태풍이 들이닥치는, 마치 백일몽과도 같은 미래를 보게 되면서 맥스의 삶은 기묘함(strange)으로 물든다. 맥스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손에 넣게 되는 것도 그즈음이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시간여행이라는 것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빠져나올 수 없는 죽음의 굴레'에서 비롯된 절망과 수많은 절망으로 점철된 다중우주 속에서 하나의 희망을 찾는 과정에 포커스를 맞춘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능력과는 상관없는 평범한 - 다소의 일탈은 평범함의 범주 안에 집어넣자 - 학교생활을 그린다. 친구가 있고 우정이 있고 다소의 연애도 있다. 다소의 미스터리적 요소도 있어 흥미..
Bloodborne HPFromSoftware 생각해보면 비타를 살 때도 그랬다. 사고 싶어서 덜컥 게임기를 샀지만, 막상 사니 어떤 게임을 사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고른 게 이 게임이었다. 이름을 많이 들어봤기 때문이었다. 어렵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겠지 싶었다. 그리고 그건 큰 착각이었다. 게임을 많이 했다고는 하지만 여태까지 내가 해 온 게임의 대부분은 '읽는' 게임이었고, RPG는 플레이 수도 많지 않을뿐더러 조작이 쉬운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컨트롤이 많이 요구되는 액션 RPG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일반적으로 어렵다고 하는 게임을 잡았으니 그 힘듦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과연 내가 올해 안에 이 게임의 감상을 쓸 날이 올까 싶기도 했다. 하..
Journey HPthatgamecompany PS4를 사야겠다고 본격적으로 마음먹을 즈음하여 PSN에서 인디게임 세일을 하고 있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Journey도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인디게임은 참신한 콘셉트는 많아도 가격만큼의 값을 하느냐면 그렇지도 않아서 선뜻 구매하기에 망설여졌다. 그것이 비록 GOTY 수상작이라고 해도 말이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니 덩달아 좋다고 하는 편승 효과도 없잖아 있을 것이다. 고민한 끝에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을 몇 물었다. 그 결과 '과대평가라는 점은 인정하나 좋은 게임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다'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 Journey를 구입하게 되었다. 그래픽의 아름다움은 두말할 것 없다 플레이어는 묘지에서 조금 떨어진 ..
CHAOS;CHILD HP5pb 게임을 하다 보면 심심찮게 '이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 사건은 현실과 전혀 관계없는...'과 같은 주의사항 문구를 본다. 이 문구는 게임이 픽션임을 나타낸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픽션에 현실성을 요구한다. 그래서 픽션은 허구 속에 현실을 담았다. CHAOS;CHILD(이하 카오스차일드)의 전작인 CHAOS;HEAD(이하 카오스헤드)의 주인공인 니시죠 타쿠미가 바로 그런 현실적인 인간상이었다. 잔인한 현실에 손조차 써볼 수 없는 무력한 인간을 잘 드러냈다. 속된 말로 찌질함 그 자체였지만, 우리 또한 같은 상황이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단 보장이 없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행동할 여지가 다분하다. 그렇지만 게임을 하면서 마음은 내내 불편했다. 문제는 역시 과도한 현실 반영..
*새벽하늘
다람쥐와 호두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