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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97

모여봐요 동물의 숲 무인도에서의 삶이 시작됐다. 허허벌판이라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인도 이주 계획의 설계자 '너굴'은 이런저런 조언을 해 준다. 모든 것은 그의 손바닥 위다. 주민을 늘리고, 섬을 개간하고, 집을 증축해, 마지막엔 사심 가득한 목표인 유명 음악가 초대까지 그의 계획대로 차근차근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누비는 '동물의 숲'이라는 세계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본체의 시간과 연동되어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은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지금이라 더욱 빠져든다. 바다로 가지 않으면 항시 배경음이 들려 자연의 소리가 두드러지게 들리지 않는 게 못내 아쉽다. 환경 효과음과 게임 내 배경음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외에 작물이나 과일을 심을 수도 있고, 곤충채집을 할 수도 있으며, 물고기를 잡을 수도.. 2020. 12. 12.
와치독스 리전 근미래의 런던.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고, 악행도 기술에 발맞춰 최첨단의 방식으로 자행된다. 시작은 해커집단 데드섹의 괴멸이었고, 목표는 데드섹의 부흥과 런던 해방이다. 이야기에 다수의 부가과제가 있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자사의 다른 게임처럼 지역을 몇 개의 영역으로 나눠 해방하는 방식도 추가되었다. 물론 이 '지역 해방' 과제는 다른 부가 과제와 마찬가지로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수월하게 이끌어 줄 우수한 요원은 대부분 지역 해방 과제의 보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반은 강제되는 점이 있다. 안타깝지만, 이들 과제는 대부분이 쉽게 해결되어 큰 재미는 없다. 그렇다고 본론인 이야기가 재미있냐면 그것도 아니다. 데드섹을 괴멸시킨 조직 '제로데이'를 찾아내면서 곁다리로 다른 악의 집단을 타도.. 2020. 11. 9.
컵헤드 몇 년 전 컵헤드가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는데, 외장 그래픽카드를 달지 않아 이대로 흘려보내야만 했다. 다행히도 인기 덕분에 게임은 다른 기종으로 이식되기 시작했고, 몇 달 전에 드디어 플레이 스테이션에서도 발매됐다. 한국어판 가격은 비싸게 측정되어 있어서 일본어판을 샀는데, 실행하고 보니 한국어가 지원되어 두 배로 이득을 본 기분이다. 생동감 넘치는 옛날 만화 그림체, 부드러운 수채화 배경, 전자음이 아니라 귀가 편안한 음악. 과거 회귀의 정서가 물씬 느껴지지만, 이들 요소가 품고 있는 본질은 절대 만만치 않다. 체력은 3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레벨업은 없으며, 체력을 증가시키면 공격력도 함께 떨어진다. 그 때문에 게임을 완벽에 가깝게 해내야만 하는데, 이게 바로 게임이 어려운 이유다. 분명 할 수 있을.. 2020. 10. 1.
더 라스트 오브 어스 2 우리는 해물탕이 먹고 싶을 때 살아있는 낙지를 펄펄 끓는 육수에 넣어 해물탕을 만드는 야만스러운 행위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도 아픔이 있다. 어차피 그럴 운명이라면, 적어도 낙지를 미리 죽인 후에 조리하는 게 최소한의 배려일 거다. 전장에서도 적이 항복을 외치면 공격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2(이하 라오어2)의 시작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업보가 불러온 복수였다. 아무리 조엘이 노련하고 강하다 한들 예측불허의 상황과 일대 다수의 상황 앞에선 무력하다. 우리가 여태까지 의지했던 자가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는 건 내적 권력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사이비 종교에서 자녀 앞에서 보호자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와 비슷한 절망감과 공허감을 안겨준다. 빈자리는 강렬한 복수가 차지한.. 2020. 9. 14.
콘크리트 지니 사람들이 떠나가 예전 같지 않은 마을을, 나의 장기인 그림으로 복원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주인공 애시는 썩 기뻤을 것이다. 그림에는 소질이 있지만 이런 나를 봐주지 않고 괴롭히기만 하는 마을 아이들과 한 선을 긋게 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올리브그린의 때가 뒤덮은 세계에서 그와 그가 휘두른 붓만이 채도와 대비가 살아있다. 신비로운 붓은 자신마저도 칠해버렸는지 삽입된 장면에서는 유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도 든다. 특유의 뚝뚝 끊어지는 움직임이 참 정감 있지만, 영상에만 머물렀어야 할 특성이 게임을 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쳐 뻣뻣한 느낌이 든다. 마을을 탐험하는 데는 많은 경우 '지니'라는, 그림으로 그린 생명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마을 곳곳에 흩어진 애시의 찢어진 스케치북에서 머리, 몸통.. 2020. 9. 5.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 어쌔신 크리드를 연속으로 네 번이나 한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현악기가 중심이 된 음악이 감도는 게임 속 세계는 이질적이다. 마주친 적은 과거와 달리 몇 타에 쓰러지지 않아 마치 내 몸이 무거워진 듯하다. 업그레이드하면 진행은 편해지지만, 초반에는 역시 버튼을 연타해야 하므로 다소 지친다. 항상 그렇듯이 적은 쓰러트리기 전에 매의 눈으로 훑는데 위에 레벨이 뜨는 게 RPG식 어쌔신 크리드의 서막을 연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을 연상케 한다. 주인공은 제이콥 프라이와 이디 프라이라는 이란성 쌍둥이다. 서두를 보면 둘 다 악동 같은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언니인 이디 프라이는 예의가 있어 훨신 호감이다. 일례로 초반에 로프 다트라는 장비를 얻게 되는데, 제이콥은 여기에 정신이 팔려 암살단의 일원과 대화를 하고 있.. 2020.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