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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97

잇 테이크 투 부부간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세계를 지키고 싶은 자녀는 수상한 책에 소원을 빌고, 소원은 부부를 인형으로 만들어 버린다. 부부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 고군분투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가족관계도 회복된다. 게임은 인간만을 가족으로 간주한다. 플레이어 한 명과 컴퓨터로 만들어진 자아와의 조합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대인에게 게임에 흥미가 있으며, 같은 게임기를 소지하고, 생활방식이 비슷한 친구를 찾는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대를 찾았다고 해서 그 이후가 순조롭게 흘러가는 건 아니다. 함께 하는 게임으로 설계된 것 치고는 게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내 경우는 상대가 게임 실력이 뛰어난 편이었는데, 본인이 해결 방법을 안다고 하여 내가 모르는 부분을 .. 2023. 4. 26.
컵헤드: 맛있는 마지막 코스 컵헤드의 다운로드 콘텐츠 '맛있는 마지막 코스'에서는 조작 캐릭터 '미스 챌리스'가 새로이 등장한다. 체력은 컵헤드 형제보다 1 많은 4에다, 대시로 패리가 되는 등 명백한 초보자용 캐릭터다. 그렇지만 다운로드 콘텐츠는 미스 챌리스를 기본 조작 캐릭터로 상정하고 만들어진 탓인지 컵헤드 본편의 경험이 있음에도 그리 쉽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새로운 조작 방식과 적의 공격 방식에 적응하는 과정을 제하고서도 다운로드 콘텐츠는 본편에 적응해 버린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시련을 내리기 위해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공격이 잡다해진 탓이 컸다. 게임은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한 도구다. 시시해서 하품 나오지 않게, 어려워서 의욕을 잃지 않게 만들어 마지막까지 플레이어를 끌어준다. 물론 그 '플레이어'의 수준을 어느 .. 2023. 4. 26.
우유리프의 처방전 플레이어가 게임을 보듯이, 게임 속 캐릭터는 가상현실을 봤다. 가상현실 속 거짓을 봤다. 초반과 종반에 나온 '모든 것이 반대'라는 구호처럼 캐릭터의 '현실', 가상 '현실', 그리고 가상현실 속에서 보는 '가상' 오디션 프로그램의 현실-가상 구도는 역전된다. 그렇지만 내용의 상당 부분이 가상현실 묘사에 할애된 탓에 현실-가상현실-가상 오디션 프로그램을 잇는 묘사는 적어졌고, 그 결과 플레이어가 놀랄 것이라 가정하고 설계됐을 게임의 진상에 플레이어는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 게임은 이야기가 주임에도 부분 과금 형태를 취한다. 이야기는 매일 일정 수 부여되는 '티켓'을 사용해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수익은 티켓으로 일부 얻나 싶지만, 아니었다. 티켓은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대신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 2023. 3. 7.
여기, 우리가 있었다(We Were Here) 일명 탈출 게임이다. 탈출 게임은 플레이어가 주변 환경을 탐색하여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보통 혼자서 진행한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수수께끼의 단서를 탐색하는 공간과 수수께끼를 푸는 공간에서 동시에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두 명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문제는 같이 할 사람이다. 아는 사람과 같이하면 좋지만, 항상 혼자서 게임을 해 왔다면 게임 내 대기실에서 짝을 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게임은 한국어판이 없고, 상대는 높은 확률로 영어 구사자일 것이기 때문에 역시 상대는 따로 구하는 게 좋다. 거듭된 실패는 게임을 끝냈을 때의 성취감을 배가시키지만, 난관에 부딪히는 과정이 힘들다면 게임의 문법을 알고 있는 사람과 같이하는 것이 좋다. 소통은 필수다. 게임에는 이를 위한 무전기 기능이 있지.. 2023. 2. 20.
어쌔신 크리드4 블랙 플래그 헤이덤과 코너가 마음에 들어서 시작한 게임이지만 이 둘에 대해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게임이 재미있으면 괜찮았을 텐데, 주인공인 에드워드 - 헤이덤의 아버지 - 는 시작부터 형편없는 사람이라 정을 붙이기가 힘들었다. 유유상종이라고 주위 사람들도 거의 다 비슷한 수준이라 게임을 하면서도 한숨이 나왔다. 나중에는 한때의 우정이 어쩌고 하며 폼을 잡는데, 웃기지도 않다. 설마 게임 제작사인 유비소프트(혹은 앱스테르고)는 이게 재미있다고 생각한 걸까? 해적이라니 왠지 멋져 보이지만 어차피 해상강도일뿐이다. 무일푼으로 일군 자신의 터전도 따지고 보면 남의 재산 위에 새워진 모래성일 뿐이고, 발붙일 곳이 없어진 것도 결국은 서로의 분열로 인한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삶을 택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이 세상에서 .. 2021. 10. 17.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 소문만 무성하던 게임이 아니었다. 너무 유명하면 오히려 반감만 생기는데 막상 해 보니 플래티넘 트로피라는 목표 없이도 기꺼이 다회차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웅장하게 흐르는 초반의 영상과, 이와 큰 차이 없는 퀄리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인게임 그래픽, 비장한 음악 위에 펼쳐지는 별의 운명을 지키기 위한 무모한 도전. 여기에다 세계의 비밀, 조직의 비밀, 그리고 주인공의 비밀까지 숨겨져 있어 흡입력은 굉장하다. 인물들은 상처 입으면서 나아가고 연대해나가며 진지한 분위기를 형성하지만 가끔씩 터져 나오는 소소한 웃음거리도 있어 숨이 막히지는 않다. 허세나 잘난 체 등에는 보는 사람이 다 부끄러워지지만 동시에 또 멋있다. 일본 하위문화에 대해 안고 있는 막연한 이미지의 구현화다. 그러나 이 게임에 .. 2021.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