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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컵헤드

by *새벽하늘 2020. 10. 1.

 몇 년 전 컵헤드가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는데, 외장 그래픽카드를 달지 않아 이대로 흘려보내야만 했다. 다행히도 인기 덕분에 게임은 다른 기종으로 이식되기 시작했고, 몇 달 전에 드디어 플레이 스테이션에서도 발매됐다. 한국어판 가격은 비싸게 측정되어 있어서 일본어판을 샀는데, 실행하고 보니 한국어가 지원되어 두 배로 이득을 본 기분이다. 

 생동감 넘치는 옛날 만화 그림체, 부드러운 수채화 배경, 전자음이 아니라 귀가 편안한 음악. 과거 회귀의 정서가 물씬 느껴지지만, 이들 요소가 품고 있는 본질은 절대 만만치 않다. 체력은 3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레벨업은 없으며, 체력을 증가시키면 공격력도 함께 떨어진다. 그 때문에 게임을 완벽에 가깝게 해내야만 하는데, 이게 바로 게임이 어려운 이유다. 분명 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조금의 실수로 나의 모험이 막을 내린다. 그렇지만 수없이 죽어가며 행동을 읽어내고, 점점 익숙해져서 결국에는 대패시키는 뿌듯함이 있다. 

 체육 시간을 보면 시범만 봐도 척척 따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봐도 몰라서 몇 번을 직접 몸으로 부딪쳐가며 익혀야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내가 딱 후자였다. 게임을 다 하긴 했지만, 그 시간이 남들보다 훨씬 더 걸렸다. 처음 이 게임에 관심 두게 만든 요소들은 여전히 감탄스럽지만, 게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게임은 재미보다는 성취감이 더 크다. 만약 게임을 하고 싶다면, 그리고 목적이 즐거움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