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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우유리프의 처방전

by *새벽하늘 2023. 3. 7.

 플레이어가 게임을 보듯이, 게임 속 캐릭터는 가상현실을 봤다. 가상현실 속 거짓을 봤다. 초반과 종반에 나온 '모든 것이 반대'라는 구호처럼 캐릭터의 '현실', 가상 '현실', 그리고 가상현실 속에서 보는 '가상' 오디션 프로그램의 현실-가상 구도는 역전된다. 그렇지만 내용의 상당 부분이 가상현실 묘사에 할애된 탓에 현실-가상현실-가상 오디션 프로그램을 잇는 묘사는 적어졌고, 그 결과 플레이어가 놀랄 것이라 가정하고 설계됐을 게임의 진상에 플레이어는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 

 게임은 이야기가 주임에도 부분 과금 형태를 취한다. 이야기는 매일 일정 수 부여되는 '티켓'을 사용해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수익은 티켓으로 일부 얻나 싶지만, 아니었다. 티켓은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대신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미니게임에서 수익을 얻는다. 익숙한 캐릭터 '뽑기'와 '아이템'을 통해서다. 하지만 '뽑기'의 업데이트는 멈춘 지 오래다. 캐릭터는 매력적이지만 육성 끝에 주어지는 미니 스토리는 실망스러운 분량이다. 

 그 외에도 게임은 이미 진행한 이야기를 티켓 소모 없이 읽게 해 주면서, 주요 이벤트는 스틸 및 음성과 함께 즐길 수 있게 해 주면서, 후일담을 읽을 수 있게 해 주면서, 설정집을 즐길 수 있게 해 주면서 수익을 얻는데, 가격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이쪽이 주된 수익원인 듯하다. 패키지 게임에서는 기본이었던 '다시 읽기' 기능과 '스틸과 풀보이스가 있는 이벤트' 기능만 구입해도 패키지 게임의 가격을 훌쩍 넘는다.

 정신 나간 과금 구조 속에서 후일담은 그나마 맛보기로 상당 분량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읽어보니 본편에 삽입되어 가상현실과 현실을 끈끈하게 이어줘야 할 내용이 후일담이란 이름으로 따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게임 속 가상현실의 이상하리만치 자세한 게임 업계 묘사는 이러한 자신들의 어처구니없는 과금 형태에 대한 구질구질한 자기변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