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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잇 테이크 투

by *새벽하늘 2023. 4. 26.

 부부간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세계를 지키고 싶은 자녀는 수상한 책에 소원을 빌고, 소원은 부부를 인형으로 만들어 버린다. 부부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 고군분투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가족관계도 회복된다.

 게임은 인간만을 가족으로 간주한다. 플레이어 한 명과 컴퓨터로 만들어진 자아와의 조합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대인에게 게임에 흥미가 있으며, 같은 게임기를 소지하고, 생활방식이 비슷한 친구를 찾는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대를 찾았다고 해서 그 이후가 순조롭게 흘러가는 건 아니다. 함께 하는 게임으로 설계된 것 치고는 게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내 경우는 상대가 게임 실력이 뛰어난 편이었는데, 본인이 해결 방법을 안다고 하여 내가 모르는 부분을 곧바로 해결해 주기보다는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조작이 익숙하지 않아 몇 번을 다시 하게 되어도 볼멘소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고마운 한편 마음 한구석에서는 부채감이 있었다. 서로 간에 가볍게 원망하고 또 원망받는 즐거운 진행을 위해서는, 두 사람의 게임 실력이 비슷한 게 제일 좋은 듯하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음성 대화가 필요하다고들 하지만, 게임에서 상대의 행동이 항상 보이니 대화가 없다손 치더라도 아주 게임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단지 화면이 작아 답답할 뿐이다. 그보다는 자막의 크기를 조절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모니터가 점점 커지는 추세인 걸 감안한 걸까? 작은 모니터를 멀찍이 두고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퍽 당황스럽다. 가뜩이나 자막이라 이해가 더딘데, 크기도 작아 보기도 힘들다. 촌각을 다투는 게임이 아닌 게 천만다행이다. 

 게임은 하나의 특성에 얽매이지 않는다. 퍼즐 게임이기도 했다가, 어드벤처 게임이기도 했다가, 액션 게임이기도 하는 등 장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탈바꿈한다. 한편 난이도는 포섭된 게임의 종류에 반비례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쉽지는 않다. 일정 수준의 좌절을 겪은 후엔 대체로 극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덕분에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정작 이야기가 마뜩잖다. 중심인물인 부부는 현재 처한 상황을 타파하는 데만 관심이 있지 관계 회복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 그 때문에 후자를 이끌어 갈 도우미 역할로 '책'이라는 등장인물이 존재하는데, 방식이 강압적이다. 부부는 싫다면서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 '책'의 따가운 강요에 따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신들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되고, 얼떨결에 가정이 지켜진다. 얻어걸린 해피엔딩이다. 부부의 내면 성찰은 결국은 본인들의 의지에 의한 것인데, '책'이라는 등장인물의 강요가 과연 필요했을까? 역동성은 떨어지겠지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방법은 본인들의 모험 속에서 탐색해 나가는 게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