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두과자/게임

Machinarium

by *새벽하늘 2016. 12. 11.


Machinarium  HP

Amanita Design


 크리스마스에 PSN 할인을 하지 않을까 싶어 보류해두던 게임이었는데, 어느 날 비타를 켜니 마침 Machinarium PS4 버전 출시 기념으로 50% 할인을 한다고 해서 샀다. PSVita(이하 비타)를 켠 것도 오랜만이었는데, 그때가 마침 Machinarium 세일 마감 전날이었으니 정말 다행이었다.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일단 주인공부터 되살려야 한다


 Machinarium은 기계가 가득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웬 도시에서 비행기가 날아와 폐기장에 쓰레기를 버리는데, 그 쓰레기 속에서 몸체가 분리되어버린 버린 로봇이 나타난다. 이 로봇이 바로 플레이어가 조작하게 될 로봇인데, 과제는 우선 망가진 로봇을 되살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플레이어에 의해 다시 제구실을 하게 된 로봇은 Machinarium으로 모험을 떠난다.


 그러나 게임이 끝날 때까지 언어적 소통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의사소통은 말풍선과 신체언어가 전부이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전체적 흐름은 있을지언정 스토리텔링을 목적으로 한 게임이 아닐뿐더러, 내용 또한 단순하고 짧아서 말풍선을 통한 의사소통이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 억지로 언어로 옮긴다면 어색함만 더해지지 않을까.


 장르는 point-and-click adventure이다. 포인터를 대충 이리저리 움직여서, 포인터가 변하는 부분을 클릭하면 게임이 해결될 거로 생각하지만, 게임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수집한 아이템끼리 조합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후반부로 가면 해당 공간 내에서 레벨이 완료되지 않고, 다른 장소까지 가서 아이템을 수집한 뒤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등장해 가면 갈수록 난이도는 상승한다. 


오른쪽 위에 있는 말풍선은 힌트고, 그 옆에 있는 책은 해당 레벨을 통과하기 위한 전체 흐름(walkthrough)이다


 힌트는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오른쪽 위에 1개가 있다. 헷갈리면 안 되는 건, 힌트는 전구가 있는 말풍선뿐이라는 점이다. 오른쪽의 책은 해당 레벨을 통과하기 위한 전체 흐름이 적혀 있으므로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나는 스크린샷에 적혀있는 글자를 봤음에도 아무 생각 없이 책부터 열었다가 많이 후회했다. 머리가 굳어있다고 해서 바로 책을 펼치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한 다음 책을 펼칠지 선택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게임은 빨리 클리어하는 게 아닌, 즐기는 게 목적이니 말이다.


 게임은 기계 도시의 특징을 잘 살린, 녹슨 빛이 서린 섬세한 그래픽을 구현한다. 그런데 태생이 PC게임이라 비타로 포팅할 때 화면크기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점이 불편했다. 알다시피 모니터와 비타는 인치 수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그런데도 이 게임은 PC의 넓은 화면을 기준으로 디자인된 게임을 비타의 작은 화면에 그대로 구겨 넣었다. 그 결과 섬세한 그래픽은 섬세함이 아닌 복잡함으로 변모했다. 레벨마다 곳곳에 설치된 아이템 또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좁은 공간을 포인터가 이동하게 되니, 포인터의 형태가 변했음에도 빨리 지나 가버리기 때문에 변화를 미처 알아채지 못한 부분이 군데군데 있었다. 제작사도 화면이 작아지면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고려했는지 R트리거로 화면을 확대할 수 있게는 해 줬지만, 누가 불편하게 트리거로 화면을 확대하고 축소해가면서 게임을 할지는 의문이다.


 거기다 포인터 조작 방법의 하나인 전, 후면 터치 또한 비타의 다소 부족한 터치 감도(?)로 인해 영 시원치 못했다. 자잘한 버그도 거슬린다. 부푼 마음으로 게임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버그로 난데없이 종료되니 심히 당황스러웠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데모를 해 보았는데, 차라리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길이는 인디게임인 점과, 가격을 고려하면 대충 견적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