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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샤리의 아틀리에 Plus

by *새벽하늘 2017. 1. 11.


샤리의 아틀리에 Plus  HP

GUST


 샤리의 아틀리에는 전작인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로부터 6년이 지난 세계이다. 그러나 세계관의 주 소재라고 할 수 있는 '황혼'도 마찬가지로 6년 동안 진행된 지라 바다가 사막이 되어버리는 현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물이 말라가는 세계에서, 마찬가지로 물이 말라가고 있는 마을을 구하기 위해 스텔라드라는 마을에 찾아온 '샤리스텔라'와 황혼이 퍼져나가는 와중에서도 윤택한 수량을 자랑하는 마을 스텔라드에 사는 '샤를롯테'의 이야기이다. 분명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중심에 서 있지 못하고 주변으로 밀려난다. 그들을 주인공으로서 있게 해 주는 '이야기'가, 마찬가지로 샤리의 아틀리에에서 다루고 있는, 황혼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서 다루고 있는 대단원에 비해 너무나도 가볍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에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 내용을 넣으려 하면 전자는 당연히 무게감에서부터 밀려나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야기에서 돋보이는 건 주인공의 주변 인물이다. 그중에서도 주인공과 원래부터 관계를 맺고 있던 이들보다는, 전작부터 나온 이들의 이야기가 두드러진다. 심지어는 전작에 나온 인물들끼리만 열심히 대화하고 그 모습을 두 명의 주인공이 멀리서 지켜보는 이벤트도 나온다. 어딘지 짠하다. 


 결말의 경우에도 주인공이 안고 있던 문제는 깨끗하게 해결이 안 되고 호전될 가능성만 남길 뿐이다. 그런데 이 가능성 또한 연금술의 정점에 도달하면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것이다. 게임이 연금술을 소재로 하고 세계관을 구성하는 핵심기술인 이상, 그리고 주인공이 연금술사인 이상 이것이 궁극적 목표로서 떠받들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지만, 연금술만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 치부하는 것도 사실 납득이 되지 않고 이를 목표로 삼는 흐름 또한 상당히 비약한 느낌이다. 현실에서 바로 근원적 목표로 뛰어넘기에는 둘이 너무 먼 차원에 존재하는지라 뜬구름을 잡는 느낌이 강하다.


 아틀리에 시리즈가 3부작으로 끝난다는 것을 의식하여 황혼 시리즈 첫 작인 아샤의 아틀리에와 두 번째 작인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를 모두 아우른 마침표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지만, 그 때문에 정작 타이틀인 샤리의 아틀리에는 타이틀만 남은 공허한 게임이 되었다. 그렇지만 완전히 황혼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기에는 일단 새 주인공을 등장시켜 벌린 이야기 수습도 해야 하니 이 모두가 어정쩡한 상태로 마무리되었다. 굳이 새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았더라면 황혼 시리즈는 조금 더 잘 마무리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듯 스토리텔링에서는 매우 아쉬웠던 샤리의 아틀리에지만 카메라 워크는 훨씬 다양해져서 드라마적 연출이 가능해진 게 인상적이었다. 두 명의 샤리의 사이가 틀어졌을 때, 연금 가마를 보며 과거의 자신들을 떠올리는 모습에서 이는 특히 두드러진다. 



 이야기는 '라이프태스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이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이게 목표로 추가되는 형식이다. 허울은 좋지만, 디자인적으로 한눈에 알아보기 힘든 데다 카테고리도 5개로 나뉘어 있으며, 캐릭터 이벤트와 관련된 중요 과제가 메인 과제에 들어가 있지 않고 가끔은 잘 쳐다보지도 않는 구석진 카테고리로 배당될 때도 있어 불편했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한눈에 알아보기 힘드니 헛발질만 계속하게 되고, 그 결과 흥미도 떨어지게 된다. 목표는 게임을 의욕적으로 진행하게 만드는 나침반인데 이를 좀 더 알아보기 쉽게 만들었어야 했다. 한편 각 목표는 클리어 보상으로 이런저런 특전이 주어지긴 하지만 그 대부분이 해당 카테고리 아이템 작성 n회, 해당 종족 토벌 n회, 점프 n회 등 매우 하잘것없고 의미 없는 반복적 과제의 연속이라 분량만 늘리기 위한 과제라는 느낌을 준다. 



 전반적인 시스템은 전작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를 기반으로 재편되었다. 일단 연금술, 즉 조합은 전작에 체인시스템과 스킬카드(?)가 추가되었다.


 전투는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와 마찬가지로 전위(액티브) 3명과 후위(대기) 3명을 포함한 6인 체제를 그대로 계승한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버스트라는 개념이 새로 등장하여 이를 이용하여 아군에게 유리한 필드효과를 부여할 수 있다. (스크린샷 참고) 그 밖에도 그로우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스킬트리가 새로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전작의 더블드로우는 삭제되고 대신 연금술사별 고유기술이 등장하는데, 샤리스텔라의 고유스킬인 '카피'는 잠재력 '영구기관'을 달아주면 해결되는 것이고, 샤를롯테의 고유스킬인 '믹스'는 타임 형으로 변환이 안 되어서 크게 쓸 일이 없었다. 



 한편 본작에서는 맵이 굉장히 넓어져서 감탄이 나오지만, 최적화가 덜 되어 오브젝트가 많은 경우 버벅거림이 있는 편이다. 이는 일상회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음악은 아샤의 아틀리에나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에 비해 한참이나 뒤떨어진다. 귀에 남는 곡이 거의 없다. 아샤의 아틀리에는 모든 곡이,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는 전작인 아샤의 아틀리에보다는 못하지만, 보컬 곡이 상당히 좋았던 것에 비해 샤리의 아틀리에는 건질 곡이 거의 없다는 게 상당히 아쉽다. 


* 이 포스팅은 어떤 분의 협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