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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프린스 오브 스트라이드

by *새벽하늘 2016. 9. 18.


프린스 오브 스트라이드  HP

KADOKAWA


 생각해보면 왜인지 여성향 게임에서의 스포츠는 특정 캐릭터의 성향을 결정짓는 데에만 이용되었을 뿐, 이게 주 소재로 채택되는 일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 게임은 상당히 드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다루는 스포츠는 스트라이드라는 가상 스포츠로, 배턴 없이 하이터치로 이어지는 이어달리기이다. 팀은 선수 5명과 이들에게 지시를 내려 최상의 속도로 이어 달릴 수 있도록 하는 릴레이셔너(relationer)를 포함해 6명으로 구성된다. 주인공은 여기서 릴레이셔너를 맡고 있는데, 말이 릴레이셔너지 역할은 사실상 매니저와 다름없어서 그 필요성이 의심된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매니저라는, 팀에서 떨어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닌 그들과 똑같은 '팀'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이 아닌가 싶긴 하지만 말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여기에서도 팀의 내부결속은 중요하다. 내부결속은 그들 자신이 스스로 다질 수도 있지만, 외부의 위협으로 인해 경고해지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제작진은 다양한 팀(혹은 학교)을 등장시킨다. 이 팀들은 서브컬쳐에서 어느 정도 정형화된 이미지로 등장하는데, 첫 승리를 안겨주는 발판으로서의 팀(미하시), 좋은 파트너이자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팀(사이세이), 좌절을 안겨주는 팀(이치죠칸), 최강의 팀(카쿄인)이 그것이다. 이들을 통해 그들은 승리를 맛보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며 강한 팀으로 거듭난다. 그러나 제한된 분량 안에 모든 것이 완결되어야 하므로 대적하는 고등학교가 상당한 강호임에도 불구하고 약속된 것처럼 주인공의 학교에 패배하게 된다는 태생적 한계는 있다.


 그러다가 후반에 가면 성장하는 팀원들에 발맞추기 위해 주인공도 성장시키고자 텔레파스 - 선수(비단 자기 팀의 선수만이 아닌)들의 마음을 읽어내어, 이를 이용해 경기에 유리한 지시를 할 수 있게 되는 기술 - 라는 소재를 들고 나왔는데 너무나 비현실적인 데다 특정 루트를 제외하고는 나중에 가면 이에 대한 언급조차 없어 굳이 이에 대한 서술이 필요한가 싶었다. 


 그런데 이야기의 초점을 최대한 스포츠에 집중시키기 위해서인지 스트라이드와 관계없는 서술, 그리고 인간관계는 철저하게 배제된다. 학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학교생활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인간관계에서도 친구라고는 1명이 전부이다. 그런데 이 친구 또한 첫 만남이 입학 첫날 자기소개였고 그 후 친해질 거리가 없었는데 어느새 친해져 있어 갸우뚱하다. 그리고 설사 소재인 스트라이드와 관련 있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이야기의 초점이 과거보단 현재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보니 플레이어는 일부를 제외하고서는 과거의 일을 인물의 대사를 통해 짐작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 또 주인공의 아버지는 해당 스포츠의 유명 감독인데, 아무리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라도 아빠가 스트라이드의 유명 감독이라는 것조차 몰랐다는 점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이야기를 원하는 대로 진행시키기 위한 지극히 작가편의주의적 발상이 느껴진다. 


 게임은 육성으로 진행된다. 해당 캐릭터를 선택하여 연습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시스템은 유효하다. 선택지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이 특정 캐릭터와의 연습 및 시합으로 구성된다. 그렇지만 문제는 재미가 없다. 우선 특정 캐릭터와 연습하기를 선택하는데 '오늘은 (해당 캐릭터)와 연습을 했다'는 시스템 문구가 끝이다. 말로만 육성이지 단순히 해당 캐릭터를 선택함으로써 호감을 쌓는 용도 - 다른 게임이라면 여러 장소 중 하나를 방문하여 해당 캐릭터의 호감을 올리는 - 로만 기능한다. 뭔가 연습하는 장면을 기대한 나로서는 적잖이 실망이다. 거기다 한 캐릭터와 열심히 연습해도 캐릭터의 능력 레벨은 (거의) 오르지 않으며(적어도 게임 끝에서는 특정 부분만이라도 그 능력이 A 혹은 S이 될 줄 알았다) 스킬 또한 습득했다는 이야기만 있고 작중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다. 레벨이나 능력은 단지 대회에서 선수끼리 하이터치를 할 때의 타이밍 속도에만 영향을 줄 뿐이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은 2회차가 되면 더 귀찮아진다. 캐릭터 간의 루트 차이는 기껏해야 공통루트 안에 개별루트가 이벤트로 삽입되는 정도인 데다, 해당 캐릭터의 이야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마지막 또한 해당 캐릭터가 앵커(맨 마지막 주자)로 달리는 차이가 전부이다. 그런데도 2회차에서는 다시 특정 캐릭터를 공략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선택에 낭비해야 해서 꽤 귀찮다. 한번 했던 시합을 건너뛸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렇게 캐릭터와 연습해서 육성하면 정기적으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이 대회를 위해 주인공은 오더를 결정하거나, 돌발상황에 맞는 지시를 내리거나, 하이터치 하는 타이밍을 결정하게 된다. 생각보다 플레이어가 개입할 여지는 많지만, 현장 상황이 화살표 기호로만 표시되니 현장감이 떨어져 재미가 없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게임은 중간중간 컷신을 삽입해 그 지루함을 덜긴 한다. 그렇지만 위에서 적었듯이 레벨이 이야기 진행에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며, 선수의 순서를 결정하는 오더 결정 또한 개개인의 레벨을 생각해서 정하니 조언이랍시고 'A와 B를 싸우게 해 줘야 한다'면서 특정 선택으로 유도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유를 가장했지만 이건 일직선 통행이나 다름없었다.

 

 그 외에도 대사 창에서 설명이 붙는 단어가 나왔을 때 그 즉시 설명을 볼 수 있는 기능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 그리고 장면전환과 함께 효과음이 들어가고, 다시 대사 창으로 넘어갈 때의 전환이 다소 느린 부분이 있던 게 다소 아쉽다. 그래도 마지막에 스탭롤이 올라갈 때 주인공과 해당 캐릭터의 캐스팅이 먼저 올라가는 건 소소하지만 감동적이었다.


 청춘질주 어드벤처라는 장르명답게 연애는 뒷전인 게임이지만, 굳이 연애를 추구하지 않으며 스포츠 소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듯하다. 그러나 이야기는 위 문단에서 적은 점 때문에 보통보다는 조금 못하다는 게 아쉬운 점.


* 이 포스팅은 허당님의 협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