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apper HP
Facepalm Games
대중미디어가 그려온 우주의 이미지는 주로 인류와 외계생명체와의 대립일 것이다. 온갖 첨단 무기가 나와 그들과 대결하는 모습은 문장만 봐도 눈앞에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그 이미지가 전형적이다. 그렇지만 The Swapper(이하 스와퍼)에서 외계생명체는 이야기의 주변인으로만 머물 뿐이고, 대신 '정신체만으로 인간이라 규정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스와퍼가 다루고 있는 소재는 참 좋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게임은 영어 혹은 일본어 번역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15.1월 플레이 당시 기준) 그래서 게임의 내용을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모르는 건 사전을 찾아보면 된다. 하지만 이 게임은 평소 하는 게임과는 달리 친절하게 글자를 보여주고, 읽어주는 게임이 아니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플레이어가 메시지를 넘길 수 있는 시간도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플레이 당시에는 뭔가 이야기하는 건 알겠는데, 영어라는 언어 때문에 게임을 하고서도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 느낌으로밖에 이해를 하지 못했다. 일상 영어도 어려운데, 이건 작품의 배경과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생소한 단어도 많이 나오고, 또 백로그가 되지 않는 대화들도 있어 상대적으로 이해에 더 어려움을 겪었다. 이건 마치 예전에 일본어로 된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의 당황스러움과 같았다. 살아오면서 영어에 계속 발목이 잡혔지만, 굴하지 않고(?) 나아간 결과 이제 영어에서 해방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취미생활에서도 영어가 나를 방해할 줄은 몰랐다. 너무 슬펐다. 그래서 내용에 관해서는 따로 쓰지 않는다. 사실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나중에 인터넷에서 따로 대사 모음도 찾아봤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뒤라 기억이 흐릿한 것도 한몫한다.
엔딩은 무려 두 가지인데, 자동 저장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한 엔딩을 보면 다른 엔딩을 보지 못한다. 매우 중요하다. 난 당연히 엔딩분기점에서 자동 저장이 되겠거니 생각하여 엔딩을 본 다음 컨티뉴를 눌렀는데 크레딧부터 나온다. 화는 났지만, 어차피 트로피 회수를 위해 한 회차를 더 돌아야 해서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맵 자체가 복잡하긴 하지만, 새로운 구역에 들어갈 때 필요한 오브의 개수가 있어서 혹여 다른 길로 들어가 헤맬 우려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게임을 진행했는지 중간에 오브 회수를 하나 빠뜨려-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 결국은 트로피만 따고 엔딩은 영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급하게 플레이하다 보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플레이에는 여유를 두고 천천히 진행하길 바란다. 퍼즐의 난이도 또한 2개 정도를 빼면 평이한 편이니 성취감을 위해서라도 웬만하면 직접 플레이하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