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 HP
KLab
게임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게임은 러브라이브 게임이다. 하지만 나는 이때 러브라이브가 뭔지도 모른 채 단지 리듬게임이라는 사실만 듣고 이 게임을 설치했었다. 그게 런칭 첫날이었다. 그렇지만 런칭 첫날이라 사람이 한꺼번에 몰린 탓인지 신나게 설치한 게임은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타이틀로 돌아가서 게임 내로 다시 진입하는 액션만 무한히 취해야 했다. 안 그래도 게임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작을 해야 하는데 정작 게임은 하지 못하고 재기동만 무한히 해야 하니 짜증이 나 설치 당일 게임을 접게 되었다. 접은 줄 알았다.
그러다가 작년 초 한가해지면서 좀 더 재미있는 리듬게임이 없나 찾아보다가 예전에 삭제했던 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이하 스쿠페스)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깔아보니 다행히도 저번에 만들었던 계정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새로 가입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열심히 달리다가, 제대로 잡는 소셜게임이 2개가 되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음을 깨닫고 나에게 있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게임인 스쿠페스를 그만두게 되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스쿠페스는 리듬게임이다. 그렇지만 순수한 리듬게임은 아니고, 소셜(카드)게임이 가미된 리듬게임이라 볼 수 있다. 만듦새와 난이도 또한 의외로 본격적이다. 우선 노트가 날아오는 곳이 7곳으로 상당히 많은 데다가, 판정 단계 중 콤보를 이어갈 수 있는 판정이 상위 2개 판정(퍼펙트, 그레이트) 뿐이다. 거기다가 롱노트의 판정 처리도 요즈음의 리듬게임이 처음 누를때의 판정만이 적용됨에 반해 스쿠페스는 롱노트를 뗄 때의 판정도 처리가 된다. 본격 리듬게임에 못지않다.
하지만 이건 러브라이브라는 콘텐츠만 보고 이 게임을 시작한, 리듬게임을 잘 못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상당한 마이너스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난이도를 하향 평준화하게 되면 숙련자들이 재미없어하여 게임에서 이탈해 나갈 것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스쿠페스는 이러한 마이너스 요소를 이지 - (일일곡 이지) - 노멀 - (일일곡 노멀) - 하드 - (일일곡 하드) -일일곡 엑스퍼트라는 상당히 세분화된 악곡 난이도로 상쇄시켰다. (리듬게임에서 이 정도의 난이도 세분화는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는 초급자뿐이 아니라 상급자 또한 게임에 계속 재미를 붙일 수 있게 하였다. 다양한 수준의 유저층을 포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다 보통 리듬게임이라고 하면 실력이 있어야 곡을 - 그것도 보통은 더욱 신나고 재미있는 곡을 - 해금할 수 있는 경우가 흔한데, 스쿠페스에서는 단순히 레벨을 올리고, 스토리를 읽음으로써 손쉽게 곡이 해금되기 때문에 리듬게임을 잘하지 못하는 유저에게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누구나 같은 악곡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 소셜 게임 요소는 게임의 어디에 등장하는 것일까? 놀랍게도 리듬게임 내에서이다. 리듬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게이지(체력)에서부터, 점수 가산 체계(콤보, 판정에 따른 점수 가산), 페널티 감소 등의 역할을 소셜 게임의 카드들이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돈을 써서 좋은 카드를 뽑게 되면 더 좋은 기능을 얻을 수 있게 되어 어려운 곡을 클리어할 수도 있게 되고, 스코어링에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 점은 타인과 대결하는 이벤트인 스코어매치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풀콤보를 했음에도 4명 중 4위에 머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종종 일어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스쿠페스의 '카드'는 고득점을 노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특정 레벨에 도달함으로써 자동적으로 해금되는 메인 스토리 외에,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아이템인 것이다. 당연히 메인 스토리보다는 한참이나 짧긴 하다. 덤으로는 메인 화면에 배치함으로써 다양한 상황에 따른 보이스를 들을 수도 있는 장점도 있다.
사실 소셜게임의 과금시스템은 최상위 1%를 뺀 모든 유저가 과금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으로 시작한다고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외출도 전혀 하지 않고 온종일 집에 있는 사람, 혹은 외출하더라도 시간마다 꼬박꼬박 게임을 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면 원활한 진행을 위해 과금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벤트에서 상위권에 들기 위해서, 그리고 좋은 카드를 얻기 위해서만(가챠) 과금이 필요할 뿐이지 이벤트와 카드에 대한 욕심만 버리면 이는 크게 문제가 안 된다. 이 욕심을 버리는 게 어렵긴 하지만 말이다. 거기다 스쿠페스에서는 현금아이템인 러브카스톤을 로그인 보상, 서브스토리 클리어, 앨범 보상, 이벤트 등으로도 쏠쏠하게 얻을 수 있어서 무과금이라도 나름대로 할 만한 게임이다.
여태까지 이런 소셜게임류와 리듬게임은 붙여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스쿠페스는 나름 적절하게 이 부분을 타협시킨 것 같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까지 게임이 꾸준히 앱스토어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거겠지. 물론 여기에는 러브라이브라는 콘텐츠의 힘도 상당 부분 작용하겠지만 말이다.
* 게임도 작년 6월에 접었고, 글도 같은 시기에 적은 것이 바탕이 되었으므로 현재의 스쿠페스 상황과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