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EATER 2 HP
시프트
사실 갓이터는 갓이터라는 게임 자체에 관심이 있어 시작한 건 아니었고(관심 이전에 이 게임을 알지도 못했다) 루미네스를 목적으로 신청한 PSN+ 14일권에서 마침 갓이터라는 게 무료로 풀려서 받아본 것이었다. 하지만 14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내에서 효율적으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플레이타임이 길 것 같은 게임은 후순위로 미룰 수밖에 없었고, 결국에는 점찍어둔 게임을 다 한 뒤에 시간이 부족해서 엔딩만이라도 보자는 마음으로 다른 서브미션을 쳐내고 열심히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1회차를 끝내는 데 실패했다. 도대체 얼마나 더 해야 했던 건가 싶어서 나중에 네타를 찾아보니 이야기 진행상 더 열심히 하면 엔딩을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사전에 이러한 정보를 알았다손 쳐도, 어차피 중간에 줄리우스가 사라져도 별 이벤트도 보지도 못한 것 때문에(빨리 진행하고자 하는 마음에 버튼을 계속 누르다 보니 어쩌다 스킵해버렸을 수도 있고, 캐릭터에게 말을 안 걸어서 그럴 수도 있다. 만약 후자라면 중요 캐릭터 이탈은 이벤트가 나와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마찬가지로 중간에 그만두었을 것 같다. 여하튼 속공이긴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느낀 점을 몇 적었다.
왕도적인 전개, 붕 뜨는 주인공
일단 줄거리 자체는 적어도 내가 진행한 부분까지는 왕도적이라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을 잘 못 하는 나조차도 전개를 읽기가 쉬웠다. 오프닝을 보고 누군가가 수상하다 싶었는데 나중에 그만두고 나서 네타를 보니 역시나 최종 보스였고, 이벤트가 대충 어떻게 진행될지도 보이고. 심지어 이벤트 내의 대사까지도 예상한 것이 나올 때가 있어 조금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리고 기껏 열심히 주인공을 만들어주었더니 이 주인공이 벙어리 삼룡이다. 일부 격투 게임처럼 다 같이 기합만 지르는 벙어리라면 차라리 낫다. 전투 내에서는 괜찮은데, 이벤트 영상에서 나머지는 다 말하고 있는데 얘만 말을 안 해서 정말 어색했다. 그런데도 주위의 파티원들은 행동만 보고 고맙다니 뭐니 말하니 지금 텔레파시 하니? 라는 생각이 자연히 들었다... 까지 적었는데 그건 지금 내가 하는 P4G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갓이터는 풀보이스 이벤트가 몇 들어가 있는데 그 속에서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어색함이 더해지는 것 같다.
시원시원한 전투, 재미가 배가되는 인프라모드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지만, 갓이터의 캐치프레이즈가 팀 연계형 하이스피드 헌팅액션이라고 본 적이 있다. 그 말처럼 갓이터는 전투의 진행이 굉장히 빨라서 시원시원했다. 물론 그때까지는 전투 자체에 익숙해지고, 또 두 가지의 무기 체계를 적절히 바꿔쓸 수 있을 만큼의 적응시간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놀란 건 보통 이런 혼잡한 전투에서는 총이 아군에게 맞아도 안 맞게끔 설정되기 마련인데, 특이하게 갓이터에서는 총 모드(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일 때에 한정해서 탄이 아군에게 맞으면 아군이 다치게 되어있다. 적에게만 닿을 줄 알고 신나게 총을 쏘아댔는데 나중에 주인공이 아군에게 사과하는 걸 듣고서는 조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회복탄의 효과 때문에 그렇게 설정된 게 아닌가 싶지만 말이다.
한편 전투형식은 링크 버스트 및 링크 에이드라는 시스템을 통해 팀원끼리 서로 지원해주거나 체력을 회복해줄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건 사실 솔로 플레이의 경우 캐릭터가 설정된 AI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팀 연계라는 말이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 인프라모드를 통해 유저끼리 전투를 하면 이 점이 더욱 잘 느껴진다. 각자가 열심히 적에게 데미지를 주면서도 쓰러져 있는 동료를 돕거나 자기보다 적에게 가까이 있는 동료에게 링크 버스트로 탄을 지원해 주니 전투의 재미도 솔로의 그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건 해프닝? 인데, 나나 이벤트 중에서 오퍼레이터가 '아라가미가 대량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라고 하길래 나는 강제 전투가 있는 줄 알고 회복약을 엄청나게 퍼마셨는데 막상 전투는 이벤트 영상으로 대체되고 나는 회복약을 헛소비한 셈이 되어서 김이 빠진 일이 있었다.
그 외
음악 : 캐릭터를 만들고 플라이어에 나올 때 흘러나오는 음악에 충격을 받을 정도로 음악이 좋았다. 그리고 마냥 플라이어의 음악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음악이 수준급이었다. 보컬곡 중에서는 본편 진행 중 아시하라 유노가 부르는 빛의 아리아(光のアリア, 타이틀 곡의 보컬 버전)가 좋았다.
그래픽 : psp랑 같이 개발된(?) 게임이라 모델링이 좀 별로다. 멀리서 보면 잘 모르지만,이벤트 같은 경우는 등장인물이 클로즈업되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이 깨끗하지 못하고 각지게 나와 보기에 불편했다.
커스텀 : 커스텀의 범위가 참 다양하다.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시작해서 무기, 방어구, 의상, 어빌리티 모두 경험치 및 전투에서 얻는 아이템을 바탕으로 자신의 전투방식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도 다양한 나머지 선택에 조금 골머리를 앓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