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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하데스

by *새벽하늘 2023. 5. 5.

 게임을 시작하면 대뜸 하늘(배경은 지하 세계니 정확히는 위라고 해야 맞겠다)에서 주인공으로 보이는 인물이 멋지게 착지한다. 펼쳐지는 양피지에는 '타르타로스'라고 적혀있다. 앞에 적이 있으니까 맞섰다. 배경 설명 하나 없이 시작된 게임은 조작마저 옵션에서 따로 공부해야 한다. 불친절하다.

 조작은 어렵지 않지만, 어지간히 게임을 잘 하지 않는 이상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는 금방 죽게 된다. 저승세계일 텐데도 죽음은 존재해 주인공은 피 웅덩이에서 부활한다. 초보자의 어리둥절한 실수 끝에서 이야기는 비로소 시작된다. 게임 제목인 '하데스'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명계의 신이라는 사실은 죽음에 의한 시작에 의미를 부여한다. 정작 주인공은 '하데스'가 아닌 그의 아들 '자그레우스'이지만, 자그레우스가 풀어나갈 사건 그리고 마지막 관문까지 하데스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하데스'는 주인공 자그레우스를 둘러싼 모든 (명계) 환경을 상징하는 제목으로 읽을 수 있겠다. 

 그렇지만 '하데스'가 그려내는 이야기는 대단하지 않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신인 탓에 행동 하나하나가 세계급 재앙이 되는 것이 문제이지만 결국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는 가족 드라마일 뿐이다. 사실 여기서 더 복잡해져도 문제인 것이, 게임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무작위로 주어지는 다양한 신의 수많은 기술을 어떻게 조합해야 할지 항상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라도 쉬워야 한다. 물론 게임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이 또한 아무 장벽이 되지 않을 것이지만 말이다.

 게임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게임이 로그라이크 방식을 띠고 있어 캐릭터가 죽으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특성에 있다. 캐릭터가 죽어도 일부 재화와 재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캐릭터의 상태는 유지되지만, 캐릭터의 성장에 따라 게임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기고, 진엔딩까지 노리고 있다면 그럼에도 점점 쉬워지는 게임을 다시 어렵게 만들기 위한 장치를 강제적으로 사용해야 하므로 게임에 능숙하지 않은 게이머는 진엔딩까지 내내 게임을 쉽다고는 느끼지 못한다. 게임에는 그러한 사람들을 위한 장치인 '신 모드'가 마련되어 있지만, 이 또한 죽을 때마다 피해 저항을 올려줄 뿐이라서 고생하는 건 매한가지다. 

 다행스럽게도 몇 개의 수식어로 정리되는 이야기처럼 하데스의 세계 또한 4개의 영역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한 게임을 끝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중간에 저장할 수도 없는 로그라이크 방식의 게임이기 때문에 호흡이 짧다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이는 게임에 익숙해지면 몇 번이고 같은 곳을 지나가야 해서 지루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하지만 게임은 캐릭터의 특성, 무기, 무작위로 주어지는 다양한 신의 수많은 기술로 이러한 단점을 메꾸는 걸 넘어서 매 게임을 새롭게 경험하도록 한다. 중복되는 것이 거의 없는 올림포스 신들과의 대화나, 신화의 세계라는 성스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흥겨움으로 가득 찬 전자음악도 소극적으로 이를 보조한다. 다만 진엔딩은 플레이어가 게임이 마련해 준 이런 여러 가지 요소를 수동적으로 즐기는 걸 넘어 다양하게 구성해 가며 적극적으로 즐기는 태도를 요구한다는 게 난관이라면 난관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