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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앤더 릴리즈

by *새벽하늘 2023. 7. 3.

 검은 타이틀 화면을 열고 들어간 게임의 세계는 서글프다. 엄밀한 의미의 살아있는 사람이라곤 주인공뿐이다. 세계는 끝없이 비가 내린다. 음악은 차분하거나 슬픈 가락의 집합으로, 고조되는 가락 속에도 울적함을 넣는 걸 잊지 않는다. 

 슬픔 속에는 친절함이 있다. 게임은 그리 어렵지도 않은 조작법을 하나하나 알려주는데, 이러한 모습은 직전에 한 게임이 '하데스'라서 더욱 비교된다. 하지만 친절한 것도 초반뿐이었다. 세계에 대한 경험을 지도가 온전히 반영하질 못한다. 각 구역의 지도를 직사각형 하나로 표현하는 그 잘못된 대담함은 게임의 피로도를 증가시킨다. 게임은 적을 쓰러트리며 새로이 얻는 기술로 같은 구역을 다시 탐색하게끔 강제하는데, 지도 탓에 같은 구역을 매번 처음처럼 탐색해야 한다. 심지어 각 구역은 넓고 적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마음 편히 탐색하려면 적들을 쓰러트려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가 않다. 어렵다기보다는 반복되는 과업으로 피로도는 증가하고,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는 게임은 따분해진다. 

 하다못해 게임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 게임의 분위기처럼 울적하지 않았다면 조금 나을 뻔했다. 그렇지만 적들을 쓰러트린다는 느낌, 흔히 말하는 타격감이 플레이어에게 전달되지 않으니 반복되는 과정에는 조금의 재미도 없다. 여기에다 보스마저 어려우면 고통스러웠을 텐데, 아무리 어려운 보스라도 한 시간 정도면 돌파하니 천만다행이다 싶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때문이라고 해야 할지, 여하튼 게임은 짧아진다. 끝이 목전인 상태에서 이야기가 시작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 때문에 게임 속 이야기는 풀어나가기보다는 되짚는 방식을 주로 취한다. 이미 지난 시간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전투 후 회상이나 아이템 설명으로 파편화된 이야기를 주워 보지만 원본에 가깝지는 않다. 게임을 끝내고 나서도 어딘지 허전한 이유다. 결말이 슬프지 않다는 건 우울한 세계에서 최소한의 구원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