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ITY RUSH 2 하늘로 떨어진 소녀의 선택 HP
SCE WWS
GRAVITY RUSH는 PS Vita(이하 비타)로 먼저 발매된 작품이다. 그래서 후속작이 나와도 당연히 비타로 발매될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제작사는 매정하게도 비타를 버린다. 비타가 서브 플랫폼이라도 제발 내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덕분에(라는 단어를 쓰는 게 서글프다) 전작보다 훨씬 성능상 향상을 이룰 수 있었다. 하드웨어의 한계를 원경으로 갈수록 선화로 표현하여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했던 전작과는 다르게 본작에서는 훨씬 탁 트인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인물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어디서 욕심을 부린 걸까? 적이 많아지면 텍스처가 깨지며 딜레이가 발생한다.
이것저것 추가된 것도 많다. 즐길 거리 면에서는 '사진찍기'가 추가되었다. 그렇지만 사진이 단순히 오픈 월드를 즐길 수 있는 부속물로 존재하지 않고 메인 스토리, 서브 스토리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특정 서브 스토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진 컬렉션을 통해서 GRAVITY RUSH 2의 세계관을 엿보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전편에 이은 다양한 복장과 여러 가지 미션을 통해 얻는 제스처를 통하여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장면을 사진을 통해 뽑아낼 수도 있다.
전투에서는 '탈리스만'이라는 여러 가지 효과를 부여해주는 아이템과 2가지의 전투 모드가 생겼다. 탈리스만은 주인공인 캣의 능력을 강화해주는 아이템인데, 불리한 전황을 뒤집을 수 있게 하거나, 전작에서 악명높았던 그러나 본작에서는 훨씬 그 난이도가 낮아진 챌린지 미션을 큰 어려움 없이 돌파하게 해 준다. (그러나 챌린지 미션의 난이도가 낮아진 반면 본편의 전투가 어려워졌다)
새롭게 추가된 전투 모드는 게임 내에서 그 쓰임새를 알려주고 그 장점도 뚜렷하다. 그러나 정신없는 전투 속에서 터치패드 플릭으로 모드를 변경한다는 게 불편해서 굳이 이 형태를 강제하는 미션 빼고는 거의 쓰지 않게 된다. 그러나 전작에서 이와 비슷한 포지션에 있던 중력 잡기는 본작에서 환골탈태했다. 전작에서는 조작이 불편해서 있으나 마나 한 거였으며 챌린지미션에서 강제할 때만 억지로 쓰는 정도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냥 근처에서 잡아서 던지기만 해도 잘 맞아 죽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심지어 직접 때리는 것보다 중력 잡기를 이용하는 게 더 나을 정도다.
이야기는 장별로 나누어져 있으며 전작과 마찬가지로 일상 히어로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배후에 숨겨진 흑막을 타파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속기도 잘 속고 스스로 호구를 자처하는 성격의 주인공인 캣이지만 그런 성격이라 펼쳐지는 왁자지껄한 이야기 구성은 썩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주인공에게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웃음을 머금으면서 볼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나 여전히 뒷이야기는 궁금하지 않다. 떡밥이라고 할 만한 것이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처럼 길을 따라갈 수 있게끔 뿌려져 있어야 의도를 짐작할 수 있게 되면서 궁금해지게 되는 거지, 연못의 잉어에게 주는 것처럼 마구잡이로 뿌려져 있으면 눈썰미가 좋은 사람만이 눈치채게 되고 매력을 느끼게 되는 소수의 게임이 되어버리고 마는데 말이다.
물론 본작이 전작의 노골적인 후속작 암시로 발매된 게임이니만큼 전작에서 신경 쓰였던 부분 - 캣의 정체, 잃어버린 기억, 수호자의 개념 -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분량상의 한계인지 관련 내용이 총 3장 중 3번째 장에서 쏟아지고 있다. 둑이 터진 듯 밀려오는 정보로 인해 새롭게 촉발된 궁금증은 또다시 갈 길을 잃었다. 전작과 본작의 1~2장, 그리고 본작의 3장을 따로 떼어 각각의 게임으로 독립시켜야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텐데 게임을 끝내도 시원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사소한 거지만 1장에서의 갈등을 2장에서 다가오는 위협과 대적하며 어영부영하게 마무리된 것도 영 찜찜하다.
그렇지만 캣은 세계를 지키고 세계도 평화로 돌아가니 좋다고 치자. 캣이 그렇게나 구하고 싶었던 세계이니까. 3장이 많이 아쉽긴 하지만 아무래도 여기서 후속작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