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izon Zero Dawn HP
Guerrilla Games
굉장히 많이 회자된 게임이었지만 차마 해볼까 하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던 게임인데 추천을 두 번이나 받아 플레이하게 되었다.
게임은 번영한 현재의 세계를 과거로 두고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다. 인간들은 과거의 부족사회 수준으로 퇴화했으며, 자연에는 기괴한 기계생명체가 거주하고 있다. 금속에서 느껴지는 기계의 차가운 미래지향적 느낌과 쇠퇴한 인류의 과거 건축물, 그리고 현 인류의 퇴화한 부족 문화와 무성해진 자연환경은 서로 어우러져 언밸런스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를 표현하는 그래픽의 퀄리티 또한 감히 현세대 게임 중 감히 최고라 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시시각각 변하는 광원효과와 날씨가 더해지니 게임은 실제에 한층 더 나아간 느낌을 준다. 마치 자연 다큐를 보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섬세한 재현수준에 비해 최적화는 굉장히 잘 되어있어 게임 내 딜레이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시스템은 흠잡을 것 없이 잘 되어 있지만 불편한 점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각종 보관함을 확장하는 데에 필요한 자원 수급이 매우 어려웠다. 심지어 생선 뼈는 결국 게임이 끝날 때까지 구경조차 못 해봤다. 물론 이를 얻기 위한 팁이 있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썩 구하기 어렵다. 그렇게 고생고생하여 보관함을 최대로 확장했지만, 그런데도 자원을 수납하는 공간은 여전히 부족해서 아이템을 버리기 일쑤였다.
전투는 약점부위를 맞추어 떨어트리거나 블레이즈 캐니스터를 쏘아 폭발시키는 등 다양한 사냥방법이 존재해 재미는 있지만 이러한 전술 대부분이 활이라는 원거리 무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게 아쉽다. 설치형 함정이나 근접공격무기를 이용한 전술도 물론 존재는 하지만 활에 비하면 다양성이 떨어져 잘 활용하지 않게 된다. 거기다가 초기 근접공격무기 중 하나인 창은 기분 탓인지 딜레이도 있는 것 같아 초반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 같다.
이야기는 특이하게도 단순히 회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에일로이의 유년기를 프롤로그 겸 튜토리얼로 삽입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주인공인 에일로이가 추방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릴 적부터 무시와 수모를 당하고, 그런데도 동경의 대상이었던 - 가족이 있다는 이유이겠거니 생각한다 - 그들에게 인정받고자 애쓰고, 나아가서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 - 지극히 아침드라마스러운 단어이긴 하지만 - 을 찾기 위해 피 터지게 노력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녀의 편에 서게 된다.
에일로이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플레이어는 '인정'을 받기 위한 시험에도 가볍게 통과하겠거니 생각하지만, 급작스러운 습격이 이를 방해한다. 이유는 그녀의 출생의 비밀 때문이다. 그러나 평생을 이를 위해 바친 에일로이는 위협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실을 추구한다. 그 결과 진상을 알게 되고, 정의는 승리하는 무언의 법칙으로 인해 게임 내의 최대 악 또한 제거 - 물론 코어가 사일런트에게로 넘어가 다소 여지를 남기기는 하지만 - 한다. 그렇지만 세계의 비밀이 드러날 때까지만 해도 손에 땀을 쥐며 진행하던 것이, 제일 중요한 최종결전에서는 생각보다 덜한 임팩트에 잔뜩 부푼 기대가 맥없이 빠져나갔다.
물론 항상 에일로이의 아군이었던 티어사는 제외한다
물론 큰 그림은 세계적 위협을 제거한 것으로 완성된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출생의 비밀을 알고 싶어 했던 원인인, 출생이 불분명한 자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노라 부족의 인식개선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사실 어릴 때부터 겪어왔던 노라 부족의 추방자 및 다른 부족에 대한 배척과 무시는 에일로이가 추구자로 노라 부족 사이에서 인정받는 사회적 위치로 격상되고, 세계적 위협인 하데스를 처리함으로써 묻혀버렸을 뿐이지 사실 근본적 해결은 되지 않았다는 게 다소 마음에 걸린다. 낙인을 찍고 여태까지 배척해왔다가 시설에서 무사히 나온 거로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추앙하는 노라 부족의 역겨운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말이다.
메인퀘스트와 서브퀘스트 사이에서 발생하는 에일로이의 태도 차이도 신경 쓰인다. 서브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해결사를 자처하는 태도가 필요불가결하다고는 하지만, 메인 퀘스트에서 에렌드의 퀘스트를 수주할 때와의 태도 차이는 사실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