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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Life Is Strange

by *새벽하늘 2017. 5. 7.

Life Is Strange  HP

DONTNOD Entertainment


 모든 일은 어느 날 갑자기를 기준으로 급변한다. 수업 시간 중 자신의 마을에 태풍이 들이닥치는, 마치 백일몽과도 같은 미래를 보게 되면서 맥스의 삶은 기묘함(strange)으로 물든다. 맥스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손에 넣게 되는 것도 그즈음이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시간여행이라는 것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빠져나올 수 없는 죽음의 굴레'에서 비롯된 절망과 수많은 절망으로 점철된 다중우주 속에서 하나의 희망을 찾는 과정에 포커스를 맞춘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능력과는 상관없는 평범한 - 다소의 일탈은 평범함의 범주 안에 집어넣자 - 학교생활을 그린다. 친구가 있고 우정이 있고 다소의 연애도 있다. 다소의 미스터리적 요소도 있어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신비한 힘으로 맨 처음 도와준 - 처음에는 알아보지도 못했지만 - 옛 친구 클로이가 있다. 특히 마지막 챕터는 많은 시간을 서로에게 할애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있던 그 시간 이상으로 소중해진 서로의 존재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매우 잘 나타나 있다. 그 장면은 보는 사람까지도 찡하게 만드는데, 단순히 그 장면의 연출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이 맥스와 함께 클로이를 몇 번이나 위기에서 구해냈음에서 비롯된 경험의 공유가 감정유발의 촉매로 기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게임이 아무렇지도 않은, 그렇지만 곱씹어보면 빛나는 시절을 잘 그려내고 또 거기에 중점을 둔 탓으로 능력에 대한 설명이 작중에서 전무한 점은 알아둬야 한다.


 누구든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경우가 찾아오는 것처럼, 게임에서도 특정 순간에는 결정적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선택은 '당신의 선택에 따라 과거, 현재, 미래가 바뀐다'는 말로 플레이어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특히 맨 마지막 챕터에서는 이 말 그대로가 실현됨으로써, 마찬가지로 엔딩도 내가 여태까지 거듭해 온 선택지로 인해 어떻게 바뀔까 하는 기대를 안았다. 그렇지만 게임에 존재하는 모든 선택지는 엔딩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나비의 날갯짓이 되지는 못한다. 4*4 격자에서, 왼쪽 위 꼭짓점을 A, 오른쪽 아래 꼭짓점을 B로 정해 A에서 B로 가는 길을 찾는 과정과 이는 유사하다. 어떤 길을 더듬어가든 간에 결국은 B로 도달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엔딩이 없다는 게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