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 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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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4를 사야겠다고 본격적으로 마음먹을 즈음하여 PSN에서 인디게임 세일을 하고 있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Journey도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인디게임은 참신한 콘셉트는 많아도 가격만큼의 값을 하느냐면 그렇지도 않아서 선뜻 구매하기에 망설여졌다. 그것이 비록 GOTY 수상작이라고 해도 말이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니 덩달아 좋다고 하는 편승 효과도 없잖아 있을 것이다. 고민한 끝에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을 몇 물었다. 그 결과 '과대평가라는 점은 인정하나 좋은 게임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다'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 Journey를 구입하게 되었다.
그래픽의 아름다움은 두말할 것 없다
플레이어는 묘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눈을 뜬다. 내 앞에 펼쳐지는 사막에 막막함과 고독함보다는 아름다움을 느꼈다. 화면에 펼쳐지는 사막은 모래 먼지를 통과한 희뿌연 햇빛을 받아 아스라이 반짝였다. 같은 화면을 출력하고 있더라도 휴대용 콘솔의 5인치 모니터와 23인치의 모니터는 그 충격이 남달랐다. 넋 놓고 풍경만 바라볼 때도 있었다. USB 케이블을 바로 컴퓨터로 연결해 캡처를 꺼낼 수는 없기에 스크린샷은 많이 찍진 않았지만, 위 스크린샷들으로 그 느낌은 충분히 전달되리라 생각한다. 처음 플레이어가 눈을 뜬 사막에서부터 마지막에 이르는 눈 폭풍이 몰아치는 산까지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었다. 아니, 사실 스크린샷으로도 아름다움을 전하기에는 부족하다. 게임은 움직이는데, 스크린샷은 그 속에서 특정한 순간만을 꺼내온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플레이하는 것이 더 아름답다. 생명체가 몇 없어 역동적이지는 않지만, 잔잔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내용 면에서는 다소 부족하다 싶은 느낌을 받았다. 전작인 Flowery(혹은 Flower)와 비교하면 메시지를 더욱 알기 쉽게 전달하고는 있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너무 기대한 탓이겠다. 마지막에서 죽음을 통해 초월적 영역에 도달한다는 것도 꼭 그 과정이 죽음(혹은 죽음에 가까운 상태)이어야만 했을까 싶어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트로피 회수를 위해 챕터를 무작위로 선택해가며 아이템 회수를 하고 있을 때 만난 어느 여행자가 이런 내 인상을 바꿔주었다. 흰 로브(이 게임에서의 흰 로브는 어느 정도 게임을 한 사람의 상징이라 동경의 대상 - 적어도 나에게는 - 이다)를 입은 그 여행자는 내 눈앞에서 어슬렁거리더니, 본격적으로 어려워지는(?) 4챕터에서부터는 나를 이끌어주며 아이템을 다 회수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당시에는 여행자와 게임 끝까지 동행하라는 트로피를 따지 못한 상태라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좋다고 따라갔다.
내가 도움받은 것처럼 나도 남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절로 했다
여기서 이야기해둬야 할 건 Journey가 온라인에 대응하고는 있으나 일반적인 멀티플레이의 개념이 아닌, 무작위로 선정된 유저와 함께 하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그들과의 의사소통은 기이한 문양을 머리 위에 띄우며 소리를 내는 것밖에 없다. 물론 내 앞에 홀연히 나타난 흰 로브를 입은 상대의 의도 또한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밑져야 본전이기에 내 앞에 서서 나를 이끌어주는 상대를 의심 반 믿음 반으로 종일 따라갔다. 처음 안은 감정은 의심이었지만 챕터를 거듭하며 점차 믿음을 두고 의지하게 되었고, 눈 폭풍이 몰아치는 산에서는 전적인 믿음을 그에게 두었다. 낙원을 넘고 눈길을 걸어 엔딩으로 나아갈 때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출구로 점점 다가감에 따라 걷는 속도 또한 슬로모션처럼 느려지는 연출도 이러한 감동에 한몫했다) 여기까지 날 이끌어준 상대에게 진심으로 감사했고 나 또한 이런 식으로 상대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절로 했다. 전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한 이끎과 따라감. 순수한 선의에 바탕을 둔, 모르는 이와의 동행에서만 을 수 있는 이러한 정서적 가치가 이 게임의 최대 장점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러한 나눔의 활동이 가능한 건 게임의 세계관이 선악 구도가 아닌 것도 이유 중 하나이겠다.
전작인 Flowery와 마찬가지로 게임의 조작체계는 극히 단순하다. 점프하기, 걷기, 문양을 통한 소통 총 3개가 전부이다. 하지만 챕터별로 게임 진행 방식이 확연히 달라져서 단순한 조작체계가 단점으로 부각되는 일은 없다. 단지 화면전환을 자주 해줘야 해서 다소의 멀미는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