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borne HP
FromSoftware
생각해보면 비타를 살 때도 그랬다. 사고 싶어서 덜컥 게임기를 샀지만, 막상 사니 어떤 게임을 사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고른 게 이 게임이었다. 이름을 많이 들어봤기 때문이었다. 어렵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겠지 싶었다. 그리고 그건 큰 착각이었다. 게임을 많이 했다고는 하지만 여태까지 내가 해 온 게임의 대부분은 '읽는' 게임이었고, RPG는 플레이 수도 많지 않을뿐더러 조작이 쉬운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컨트롤이 많이 요구되는 액션 RPG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일반적으로 어렵다고 하는 게임을 잡았으니 그 힘듦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과연 내가 올해 안에 이 게임의 감상을 쓸 날이 올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니 캐릭터 레벨이 오르고, 게임에 익숙해지고, 보스도 후반부로 갈수록 크게 어렵지는 않아져 어떻게든 플래티넘까지 딸 수 있게 되었다. 역시 뭐든 하기 나름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또한 공략을 봐서 그렇지, 공략을 안 보고 했다면 훨씬 오래 걸렸을 것 같다. 다음에 이런 게임을 해 보면 꼭 내 힘으로 게임을 해 보고 싶다.
게임은 사실 불친절하다. 의문의 동영상이 나온 뒤 어떤 진료소의 침대에서 눈을 뜨는데, 내가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는다. 미니맵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데다 숨겨진 장소나 아이템도 많다. 그래서 맵이 넓으면 길을 잃기에 십상인데, 길을 잃는 건 둘째치고서라도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에 대한 안전장치는 없다시피 해 길을 잘못 들면 낙사하게 되는 일이 다반사다. 적들과 함정이 산재해있는 험난한 환경에서, 가뭄에 콩 나듯 만나는 NPC를 적으로 착각해 죽여버리는 일은 어쩌면 매우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들 NPC는 높은 확률로 이벤트를 진행하면 좋은 아이템 혹은 필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NPC라 더욱 슬프다.
고생은 했지만 재미있던 전투
물론 이런 류의 게임은 9할이 적과 싸우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투가 많음에도 지루하지 않았던 건 공격패턴이 다양했기 때문이었다. 닥치고 돌진하는 적도 있는 반면, 매복하거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돌연 아이템을 써 오는 적도 있다. 게다가 인간형 중 주인공과 같은 사냥꾼 적의 경우 주인공만이 쓸 줄 알았던 내장공격도 쓴다. 이 경우 레벨을 천문학적으로 올리면 상대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레벨이 올라가더라도 여전히 여럿에게 둘러싸이면 죽기 때문에 게임 후반부에 가서도 여전히 긴장감이 있다.
이처럼 적이 상당히 영리한지라 주인공에게는 왼손에는 총기류가, 오른손에는 주 무기가 각각 하나씩 주어진다. 그중 오른손에 쥔 무기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변형을 통해 양손으로 쓸 수도 있어 무기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무기를 쓴다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 전투에서 빠져서는 안 될 방패는 안타깝게도 본편을 기준으로 1개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성능도 형편이 없어 차라리 양손 모두 무기를 드는 게 든든하다. 그리고 이는 동시에 공격 형태가 굉장히 공격적으로 변하는 데 일조한다. 특히 뒤에서 모으기 공격을 하거나, 패링을 하면 할 수 있는 내장공격은 많은 공격력이 들어가는 만큼 희열감이 있다.
불친절함은 이야기에서까지 이어진다. 사실 게임을 다 한 지금도 이야기가 잘 이해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 난해함의 문제가 아니라 재료가 부족하다. 제일 잘 설명되어있는 건 패키지 후면의 설명문이며, 게임 내에서 이야기와 관련된 단서들은 특정 보스에 딸린 짧은 동영상, NPC와의 대화, 그리고 중요한 아이템에 첨부된 설명이 전부다. 이조차도 전부 끌어모은다 하더라도 완벽한 건 아니라 해석에 플레이어의 상상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대략적인 건 알겠지만 역시 명확히 규정해주는 걸 좋아하는(동시에 상상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역시 조금 불만이다. 초반에는 분명 야수병과 관련된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후반부에 갈수록 코즈믹호러로 이어지는 것 또한 당황스럽긴 했다.
게임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는 배경 그래픽과 배경음은 상당히 좋지만, 배경음은 공격에 집중한다고 찬찬히 들을 기회가 부족해 아쉽다. 또 설정 창에 보면 밝기를 조정하는 부분이 있는데, 게임의 설명대로 밝기를 조정하면 맵이 굉장히 어두침침해 횃불 없이는 돌아다니기가 힘들다. 게임을 보면 의도된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너무 어두워서 나는 게임의 조언(?)을 무시하고 게임을 밝게 하여 진행했다. 그편이 오히려 덜 무섭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