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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Vamwolf Cross†

by *새벽하늘 2016. 7. 2.


Vamwolf Cross†  HP

VRIDGE


 트위터를 할 당시 아는 분께서 더는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무료 나눔을 하던 것을 어쩌다 보니 업어오게 되었는데 그걸 인제야 플레이한다. 사실 주시던 분이 하도 재미없다고 하시며 나한테 이걸 넘기는 것 자체도 죄송하다고 했는데, 그래서 손을 대기 꺼려진 건 아니고, 단순히 내 취향과 그다지 맞지 않는 게임이라 그랬다.


 그렇지만 악평을 들은 것치고는 오프닝이 꽤 괜찮았다. 노래도 좋아서 몇 번 들었다. 게임 자체도 터치만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터치 기반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 단 백로그에서 해당 대사로 장면을 되돌리는 키가 화면에 표시되지 않는 점(커맨드 자체는 정상 기동), 그리고 커맨드 안내 문구가 너무 크게 적혀져서 멋없이 보이는 건 아쉬웠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텍스트는 엉망이다. 여성향 게임을 너무 오랜만에 해서 - 이 말도 매번 할 때마다 하는 것 같지만, 점점 게임에 손대는 간극이 넓어져서 할 때마다 '오랜만'이 된다 -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왜인지 텍스트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을 풍긴다. 거기다 각 챕터의 길이가 너무 짧아 상황 설명 또한 전체적으로 부족했다. 비주얼 노벨 게임을 오랜만에 한지라 속도가 조금 느렸던 걸 고려해도 첫 플레이 기준 한 루트 플레이 타임 5시간 반가량이면 너무 짧은 게 아닌가. 그래서 개별 루트가 총 10장 중 4장부터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연인이 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특히 나기사는 고백이 너무 급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전체 길이가 짧더라도 중요한 장면에서는 묘사를 좀 충실히 해 줘야 할 텐데 그렇지도 않다. 중요 이벤트가 체감상 다른 턴제 게임의 미니 이벤트 1개 분량이었다.


 그뿐이랴, 이 게임의 캐치프레이즈 또한 전혀 텍스트 내에서 구현되지 않았다. 게임 초반에 주인공은 죽은 아버지의 일기에서 '이 아파트의 누군가가 흡혈귀인가?'라고 쓴 쪽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뒤의 전개 또는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이 실제로 흡혈귀인지 아닌지 의심하게 되며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게임에서는 이게 쪽지를 발견할 당시를 제외하면 뱀울프미션에 들어갈 때만 언급될 뿐 다른 부분에서는 하등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을 흡혈귀인가 의심하는 뱀울프미션마저도 어딘가 엉성하다. 미션 - 상대를 흡혈귀인가 의심하는 것 - 에 이르기까지의 주인공의 사고회로는 황당할 정도로 저차원적이며 엉뚱하고, 제대로 된 단어를 선택했음에도 주인공의 대사 및 대처는 앞 절과 마찬가지로 높은 빈도로 정상을 조금 빗나간다. 그리고 제대로 된 키워드를 설정해도 너무 의심했다는 죄로 가끔 발생하게 되는 새디스틱 타임은 말이 안 나올 정도로 황당하다. 몇 번이나 경험했음에도 학습이란 걸 하지 못하고 계속 그 상황을 초래하는 주인공에겐 분노와 답답함을 넘어 그 사고수준에 동정을 표하게 되었다. 


 그렇게 게임을 진행하면서 보이는 온갖 단점에도 불구하고 두 캐릭터를 클리어한 뒤 습관적으로 엑스트라 메뉴에 들어갔는데, 이것도 문제다. 우선 오프닝/엔딩을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배경음악을 들을 수 있는 메뉴는 있는데 왜 이 메뉴는 따로 없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스틸 및 장면 회상은 시대가 언젠데 무려 캐릭터별로 구분도 되어있지 않다. (이 게임은 작년 이맘때 발매된 게임이다) 


 웬만하면 게임은 재미있어하는 편인데, 두 캐릭터를 클리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글이 부정적인 평가로 거의 완성된 것을 보면 구제할 길 없는 게임임에는 분명하다. 돈을 위해서라도 이 게임은 사지 맙시다.


* 이 포스팅은 모리님의 협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