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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CROSS×BEATS

by *새벽하늘 2016. 6. 25.


제대로 된 스크린샷이 없어서 그만두기 한참이나 전의 팀전 스크린샷으로 대체합니다


CROSS×BEATS  HP

CAPCOM


 모름지기 자기가 애정을 담은 콘텐츠는 조금은 시간이 지난 뒤에 보아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이것 또한 한동안은 일 년 넘게 발을 담갔던 게임에서 애정을 떼기 위해 한참을 기다렸다가, 그만둔 지 한참 지난 지금에 와서야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일단 모든 건 그만둘 당시의 상황(15년 5월)을 기준으로 작성됨을 이해 바란다. 


 CROSS×BEATS(이하 크로스비츠)는 2013년 12월 iOS로 출시된 '소셜'요소가 가미된 리듬게임이다. 흔히 소셜게임이라 하면 떠올리는 카드 뽑기, 즉 가챠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출시 당시에는 그런 의미의 '소셜'은 아니고, 플레이어끼리 서로 도와가며 게임을 하는 의미를 담은 것 같다. 물론 후술할 '랜덤셀렉트 축제'가 등장함에 따라 가챠의 의미도 더해지게 되지만 말이다. 


 당시 앱스토어에 올라와 있는 리듬게임의 과금 형식은 기본 무료에 악곡 팩을 구매하는 형식이나, 앱 자체가 유료인 것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편으로는 러브라이브!라는 멀티미디어믹스의 애플리케이션 또한 리듬게임이라는 간판을 걸고 발매되기는 했으나, 앞 문장에서 언급했던 리듬게임과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이렇듯 1. 아케이드 리듬게임과 마찬가지로 곡의 연주가 목적인 리듬게임과 2. 캐릭터를 내세운, 소셜 게임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성 리듬게임의 구분은 명확했는데, 여기서 크로스비츠가 등장한다. 정통 리듬게임이라는 기치 하에 출시된 이 앱은 곡을 연주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으면서도 과금 형식이 '악곡 팩'도, '유료 앱'도 아닌, 아이템 과금식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곡을 할 때마다 돈을 지불하고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소음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케이드 리듬게임은 곡을 플레이할 때마다 돈을 넣어가면서 플레이하는데도, 플랫폼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런 반응이 나온 건, 역시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현실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아이템 과금식의 게임은 이익을 얻기 위해 다양한 - 그래서 빡빡한 -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데, 이는 크로스비츠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보상을 '곡'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크로스비츠는 한 달에 한 번씩 이벤트를 통해 2곡, 완전 신곡 혹은 이벤트에서 선행 배포된 곡 - 대부분은 퀄리티가 높은 데다 난이도가 높은 곡 - 을 랜덤 메뉴를 통해 뽑는 '랜덤셀렉트 축제'에서 1곡이 추가된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땐 곡이 별로 없지만, 이벤트에 꾸준히 참여할수록 곡이 점점 늘어간다. 이렇게 많아지는 곡들을 보면 일종의 희열감마저 든다. 그렇지만 이벤트는 아무리 돈이 있어 프리미엄 티켓을 무한정 살 수 있다 해도, 어느 정도의 시간과 체력을 투자해야 곡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이전 행사와의 간극이 기껏해야 3~4일밖에 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플레이어의 탈력감 및 피로감을 유발하기가 쉽다. 모든 이벤트를 열심히 해내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한편, 곡을 얻는 또 다른 방식 중 하나인 '랜덤셀렉트 축제'는 다르다. 자본만 무한하다면 곡을 쉽게 얻을 수 있는데, 이 또한 일단은 '리듬게임'이니만큼, 10연차라는 시스템이 없다. '랜덤으로 플레이'라는 메뉴를 눌러서 곡을 뽑는 형태의 이 이벤트는 선택한 곡을 전부 플레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윗문단의 이벤트보다야 낫지만, 이 또한 100회를 넘어가면 아무래도 상관없어진다. 둘 다 지치는 이벤트인 것이다. 거기다 랜덤셀렉트 축제의 경우 - 다른 소셜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지만 - 상당한 금액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던 곡을 뽑지 못한다든가, 자신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들였음에도 원하던 곡을 뽑은 것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있다는 점에서 그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다. 


 그런데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보자면 크로스비츠는 2.와 같은 형태의 게임에 속하는데, 리듬게임이란 장르로 그 범위를 확장하면 iOS에 기반을 둘 뿐이지 실상 과금 방식과 정기적인 곡 추가 형태가 흡사 아케이드의 그것과 닮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플레이어 사이에서는 장기적으로 아케이드 진출을 목적으로 하고 그 프로토타입으로써 게임을 만든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실제로 아케이드가 작년 이맘때 즈음에 출시하여 이러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들어맞음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크로스비츠는 과금의 형태에서만 소셜 게임의 형식을 취한 건 아니다. 곡을 보상으로 하는 이벤트 중 '팀전' 혹은 '태그전', 위에서 서술하지 않은 '언락챌린지 축제'라는 이벤트, 미션 수행 등을 통해 크로스비츠는 서로 간의 교류가 있는, 말 그대로 서로 협력하는, social 요소를 포함하게 된 것이다. 나에게 없는 곡을 친구들의 '공유곡' 설정을 통해 플레이할 수도 있으며, spt를 모으기 위해 도움을 청하고 또한 제공할 수 있으며, 팀전에서 서로 파트너를 신청하고 받을 수도 있으며 플레이 방향 및 교섭에 대한 이야기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교류는 게임 내에 마련된 장에서 이루어지는데, 사실 기능이 썩 좋지 못하여 나의 경우에는 주로 트위터를 이용하였다.


 사실 게임이란 게 혼자 해도 재미있지만, 같이 하면 더욱 재미있다. 물론 플레이는 혼자 하는 거지만, 이야기하니 더 신이 났다. 거기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플레이어가 얼마 없는 상황이라 서로 간에 돕는 분위기도 형성되었고 자체적으로 다양한 이벤트도 개최하여 당시에는 정말 신나게 트위터를 한 것 같다. 플레이어의 대다수가 일본인이라 교류도 일본어로 한다는 그 설렘 또한 이 신나는 감정에 박차를 가한 것 같다. 덕분에 내 성격상 앞으로는 절대 못 해볼 것 같은 경험들도 이 게임에서 많이 해 봤다. 그렇지만 한동안 내 생활을 파탄 내기도 하여 - 이건 자제를 못 한 내 책임이긴 하지만 - 이 게임에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든다. 몇 달 전에 해 보니 여전히 곡은 좋고 하고 싶긴 하지만, 여기서 손을 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복귀는 영원히 안 할 생각이다. 글을 씀으로써 크로스비츠에 대한 나의 미련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