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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검이 그대 for V

by *새벽하늘 2015. 12. 31.


검이 그대 for V  HP

Rejet.co


 배경은 일본에서 여태껏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막부로, 등장인물은 매년 에도 성에서 개최되는 검술시합에서 1등을 하면 수여되는 천하오검을 얻기 위해 에도로 모여든다. 등장인물들은 사무라이라 검을 중시하지만, 여러 가지 일로 인해 주인공을 소중히 여기게 되면서 검의 길을 중시하느냐, 그대를 위한 길을 중시하는가 고민하게 된다. 물론 행복해지는 건 그대(君) 루트이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검(剣) 루트가 흐름으로는 알맞다고 느꼈다. 나 자체가 행복한 결말을 위한 억지 기적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더욱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前)장 - 이 게임은 공통루트인 전장과 개별루트인 후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 을 플레이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게임이 권력 투쟁과 관련된 문제를 다룰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장에서 "가짜 신부 행렬은 쥬즈마루(数珠丸)를 옮기기 위함이었던 것인가", "이 검을 우리가 슨푸(駿府) 성으로 옮기는 건 차기 당주에게 검을 줌으로써 지위를 안정시키기 위함일까"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거기다 타다나가(忠長)를 되살려 현 막부정권을 전복시키겠다는 서술도 나오고 말이다. 하지만 막상 후장에 들어가니 이러한 내용은 조금도 나오지 않았다. 또한 타다나가(忠長)를 되살리기 위한 주술행위 또한 개별루트에서도 적잖이 언급하는 것에 비하면 어느 루트에서도 마지막에 가서야 수습이 되는 실로 별 볼 일 없는 것에 불과했다. 의미심장하게 대사를 넣어놓은 것치고는 취급이 영 좋지가 않다. 전체 캐릭터는 아니라도, 어느 한 캐릭터에서만이라도 관련 내용을 다뤄주겠지 싶었는데 그런 캐릭터는 없었다. 

 이외에도 넣은 요소는 많은데 그것 중 잘 살리지 못한 것이 몇 있었다. 토코요(常世)에서 흘러들어온 요괴로 인해 자신의 마을이 불타버리는 주인공의 꿈도 결국은 그냥 꿈일 뿐이었고, 주인공인 카요는 나기나타를 쓸 수 있다고 나왔지만, 작중에서 나기나타가 쓰이는 곳은 기껏해야 도장과 어느 캐릭터의 루트뿐었고, 오니(鬼) 족은 너무도 허무하게 퇴장했으며, 조연은 뭔가 더 이야기가 있을 법한데 친한 마을 주민 그 이상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이럴 거면 도대체 왜 언급을 했을까, 안 넣으니만 못했다.


 캐릭터를 보자면 모 유명 만화를 연상시키는 루트,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를 해서 답답한 루트를 접어두고서라도 츠즈라마루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루트가 4개가 있는데 어느 것도 영 완성도가 애매했다.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 시기에 비해서 증상 발현에서부터 끝마무리가 너무 빨랐고 그 맺음새도 애매했다. 이걸로 더 잘 쓸 수 있을 법도 한데 이게 최선이었나 싶다. 반면 제일 좋았던 건 케이루트(완성도와는 별개).


 이 게임은 리젯에서 만든 것치고는 의외로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해줄 만하다는 평이 나오는 작품인데 과연 그렇다. 사실 리젯은 누구에게나 어필하는 작품을 만드는 회사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기억하고 있는 것만 해도 아예 막 나가는 병맛물이거나, SM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도 정식 엔딩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가 죽어 나가기는 하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성향이 그 외의 작에 비해서는 많이 얌전해진 편이다. 거기다 예전 리젯 게임을 몇 접했을 때 불만족스러웠던 공통루트와 개별루트의 분량 배분 문제도 이번 작에서는 체감상 6:4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시스템적으로도 터치가 곳곳에 구현되어있어 터치만으로도 게임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트로피 또한 착실히 게임을 진행하면 자동적으로 딸 수 있을 만큼 너그럽다. 하지만 기종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PC판의 UI 및 폰트를 그대로 이식한 것만은 감점요인.


* 이 포스팅은 허당님의 협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