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아와세 카라쿠레나이/우츠츠편 HP
WoGa
3부작 기획 하나아와세의 대망의 마지막 편이다. 그리고 카라쿠레나이를 좋아했기에 가장 기다렸던 편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용은 기대를 배신하듯 카라쿠레나이를 제외하고서는 완벽했다.
히메우츠기편까지의 카라쿠레나이는 겉보기에는 가벼운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은 따뜻한 인물이었다. 물론 외모 때문에 관심을 가진 캐릭터기는 했지만 이러한 성격도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막상 기대를 하고 시작한 자기 루트에서는 제 3자의 입장에서도 좀 아니다 싶을 만큼 주먹을 휘두르는데, 주먹을 휘두른다는 것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커서 엔딩을 맞이하고서도 실망스러움을 떨쳐낼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루트 초반에서 그렇게 폭력을 행했음에도 결국은 사랑하게 된다는 흐름이 이해가 안 갔다. 물론 이야기가 진행되며 주인공을 생각해주는 모습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게 앞의 행동 - 폭력 - 을 정당화 혹은 무마시킬만한 이유는 되지 않았다. 실제 폭력이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되어서도 안 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런 행동에 대한 사과조차 없다. 거기다 공공연하게 언급하는 섹스라는 단어와 간접적인 상황묘사까지. 이런 건 이제 진저리가 난다. 히메우츠기편에서 이에 대한 불편함은 정점을 찍었는데, 성인용 작품으로 나가고 싶으면 제발 그렇게 해 줬으면 좋겠다. 아니, 다 됐고 서두만 아니었더라도 이런 인상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서두는 그만큼 별로다. 오죽하면 내가 당시에 쓴 메모 중에 인터넷 소설 같다고 썼을까.
그렇게 제일 기대했던 인물에게 배신당한 채로 우츠츠를 하는데, 우츠츠는 반대로 여태까지의 작품 - 미즈치편, 히메우츠기편 - 에서의 부재를 다 덮어버릴 만큼 재미가 있었다. 거기다 중요도 면에서 또한 하나아와세란 3부작 - 지금은 4부작이 되어버렸지만 - 의 일련의 흐름이 정리되는 루트이다. (이는 이로하루트에서 마무리된다) 잠자는 게 아까울 만큼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도대체 카라쿠레나이의 이야기는 뭐였던 걸까 싶었다. 세계관 설명 및 이야기 흐름상 공략제한이 걸려있는 이들인 만큼 카라쿠레나이 또한 어느 정도의 세계관 설명은 되어 있지만, 뒤에 등장하는 둘과 비교하면 카라쿠레나이는 미즈치, 히메우츠기와 동격이었다. 분명 카라쿠레나이는 우츠츠와 함께 이 편의 주인공일 터인데,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카라쿠레나이 루트에서는 실망하고, 우츠츠 루트에서는 감탄하며, 신나게 이로하 루트를 끝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도대체 이건 누구를 위한 편(編)인가 싶었다. 이로하 전(前)편을 보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이 둘이, 아니 적어도 우츠츠 루트가 결코 대충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때문에 결국 그들은 이로하를 위한 발판이었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영 씁쓸했다. 특히 카라쿠레나이.
한편, 이번 이야기에서는 히메우츠기편에서 등장한 장치와 비슷한 것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덧쓰게 된다. 죄의 장치(カラクリ咎)가 그것인데, 아무리 세계관상 주인공 - 미코토 - 이 제일 가는 자임은 자명한 일이고 기적을 일으키는 일도 이야기에 한 번 정도라 그렇다 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이 장치는 리스트가 있다손 쳐도 천명을 제외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효과가 너무 크니 오히려 반감이 일었다. 중요한 순간에 때맞춰 떠오른 코토다마도 그렇고 이야기를 용이하게 진행시키기 위한 작위성이 느껴졌다.
서두에서도 적었지만, 이번 편은 원 기획상 하나아와세의 마지막 편이다. 그래서 여태까지의 의문도, 시간순서도 한꺼번에 풀리게 된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시간순서는 대충 아래와 같다.
가. 어릴 적
나. 이즈루에 의해 의식의 제물로써 죽게 됨
다. 우츠츠와 이로하가 어떠한 대가를 바탕으로 미코토를 소생시키는 '소원'을 빎
라. 이즈루에 의해 죽게 될 운명은 '없던 것'이 됨
마. 카엔에 들어가 의식을 하던 날, 부모님과 관련된 문자를 받고 나간 미코토는 이즈루에 의해 살해됨
바. 마.의 진압과정에서 우츠츠가 이 세계에서 추방되며, 이사장들은 미코토를 살려내기 위해 '운명의 새장'을 만듦
사. 바.의 결과로 미코토는 인생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살게 됨
사-1. 미즈치편 - 히메우츠기편
사-2. 카라쿠레나이/우츠츠편이 시작되기 전 죽게 되어 가-라-사 순으로 반복
자. 카라쿠레나이/우츠츠편 - 이로하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