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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CLOCK ZERO ~종언의 1초~ Portable

by *새벽하늘 2011. 11. 20.

CLOCK ZERO ~종언의 1초~ Portable  HP

오토메이트

 

 사실 전혀 관심이 없다가 주위 분들께서 하도 여성향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하셔서 기대를 하고 시작했지만, 내게는 양작 정도에 그쳤던 작품이다.

 

 일단 이야기는 크게 공통루트에 해당하는 초등학생 편과 개별루트에 해당하는 미래 세계 편으로 나누어진다. 하지만 분량 배분은 차치하고, 초등학생 편이 상당히 짜증이 난다. 내용도 그렇지만, 더욱 문제는 과제 시스템이다. 가뜩이나 선택지를 선택하는 것도 번거로운데, 과제 시스템까지 추가되어 결과적으로는 귀찮은 일만 늘어난 것이다. 거기다가 1회차의 과제는 선택지가 아닌 주관식이라 직접 입력해야 한다! 이러니 1회차를 넘기가 얼마나 힘들던지.

 이렇게 지겨운 과제를 해결하면, 미래 세계 편으로 넘어가기 위한 중요 사건 중의 하나인 시간의 정체가 발생한다. 이는 자연 현상이 아니고 인위적으로 일으킨 현상인데, 주인공은 동료로부터 그 현상을 막도록 행동하는 법을 들었다. 주위에는 속속들이 적도 나타나고 있다. 빨리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 심각성도 파악하지 못하고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들려달라고 우긴다. 물론 여기서 주인공이 이렇게 행동해야 미래 세계로 넘어갈 수 있기는 한데, 평소 주인공의 설정이나 행동원리를 생각하면 이해도 안 될뿐더러 너무나 답답했다. 내가 한낱 게임에 이렇게 화난 적이 있었나. 사신과 소녀의 주인공(사요) 이후로 격렬한 분노를 느낀 순간이었다.

 

 이렇듯 공통루트는 꽤 짜증이 났지만, 개별 루트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걸리는 점이 있다. 이야기는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든 간에 반은 '현실 세계'에서의 그를, 또 반은 '미래 세계'의 그를 보여준다. 물론 겉모습은 같으므로 위화감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 미래 세계는 현실 세계에서 시간상으로의 미래 세계가 아니다. 평행 세계인 것이다. 이건 즉 미래세계의 그는 주인공이 알던 그와는 엄연히 다른 사람임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어느새 이야기는 미래 세계의 그와 이어지는 듯이 전개된다. 사실 외모가 같아서 그렇지 가만히 뜯어보면 이거 참 이상하다. 난 분명히 현실 세계에서 이어지라고 플래그를 꽂았는데 어느새 미래세계랑 이어지고 있다니 말이다. 그러다가 엔딩은 또 잔류랑 귀환으로 나누어져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같이 지낸 시간은 전체 이야기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엔딩인 귀환 엔딩은 그렇다 치더라도 잔류 엔딩은 너무 급전개가 아닌가?

 

 루트 감상(일부)는 요약글로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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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이치로

 전형적인 소꿉친구 스토리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게임을 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킬 테니까, 약속이니까, 한번 한 약속은 꼭 지킨다 등 똑같은 말이 반복돼서 조금 짜증이 난다. 물론 약속이란 키워드가 리이치로 루트에서 상당히 강조되어 있으므로 이런 대사가 나오는 건 당연하지만, 표현 방법을 다양하게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토라노스케

 여태까지 한 캐릭터 중 루트 진입이 제일 어려웠다. 왜냐하면, 토라노스케는 이야기상 과제에 참여하지 않고 만날 땡땡이 치는 아이라 과제로 호감도를 올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특정 이벤트에서 특정 선택지를 선택해 주어야 하는데, 그 방식이 꽤 참신했다. 

 일단 그 선택지에 진입하게 되면, 갑자기 모 루트에서처럼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당시에는 공략을 먼저 보지 않고 게임을 진행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당황한 나머지 이거겠다 싶은 선택지를 골랐는데, 이상하게 별다른 대화 없이 이벤트가 싱겁게 지나가더니 배드엔딩을 맞이했다. 어라 이상하다, 분명히 나는 틀린 게 없는데 하면서 공략을 봤더니 남은 시간이 2초가 될 때 선택지가 변화한다고 되어 있었다. 한 방 먹은 느낌이었다. 

 

타카토

 너무나 모순적인 캐릭터이다. 주인공을 아낀다고 하면서, 주인공이 어디에 있든 간에 행복하길 바라는 형태가 아닌, 내 앞에서, 내 세계에서 행복하길 원한다. 그래서 여태까지 잘살고 있던, 다른 시공에 있던 주인공의 세계를 다 파괴하고 미래로 데리고 와서는 여주를 정말 좋아한다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잘도 행복하겠다?

 

레인

 사실 이런저런 이유를 대긴 하지만, 결국에는 그도 타카토와 마찬가지로 사라져버린 그의 여동생에 대한 집착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고 볼 수 있다. 그녀가 살아 돌아와 줬으면 해서 말이다. 자신은 인간이 아닌 것처럼 잘난 듯이 말하고 있지만 결국은 그도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인간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사정이 있다 해도 그가 여러 인물에게 한 일은 엄연한 죄다. 제발 악역인데 사실은 이런 불쌍한 사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흐름으로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는 과거고 죄는 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