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하고 싶던 게임이었는데, 하필 플레이스테이션5 전용 소프트로 발매되어 기기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같이 샀다.
플레이스테이션5는 세로로 거치할 때를 기준으로 정면에서 보았을 때 기기가 위 확성기처럼 뻗어나가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세로로 둘 때에는 별도로 판매하는 전용 거치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플레이스테이션5를 가진 많은 사람들은 기기를 가로로 거치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4와는 달리 플레이스테이션5는 가로로 거치할 때도 동봉된 부속품이 필요해서 어떻게 두든 간에 번거로운 건 매한가지다. 세로로 거치할 때를 기준으로 설계된 디자인도 엉망이 될뿐더러 공간도 필요 이상으로 차지한다. 여전히 거슬리는 본체를 무시하고 게임을 하려 하니 소리도 요란하다. 그렇지만 SSD가 탑재되어 로딩은 줄어들었다.
완전히 달라진 컨트롤러는 듀얼센스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본체와 마찬가지로 흰색인 데다가 무광이라 잡을 때 사각사각하다. 다만 나중에 변색할까 봐 걱정된다. 처음 플레이스테이션4로 게임을 했을 때 진동으로 게임을 입체적으로 경험토록 하는 컨트롤러 '듀얼쇼크'가 적잖은 충격이었는데, 듀얼센스에서는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를 이용하여 플레이스테이션4와는 또 다른 수준의 게임을 경험할 수 있다. 비록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에서는 이 기능이 일부만 적용된다고 하였지만, 햅틱 피드백을 통해 단순히 무언가가 '있다'는 걸 넘어서 어떤 '질감'의 무언가가 있다는 수준까지 진동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적응형 트리거는 햅틱 피드백보다 훨씬 그 기능을 접할 기회가 드물다. 과거에 버튼 길게 누르기나 연타 따위로 표현했을 기계의 조작감 차이를 트리거 조작을 뻑뻑하게 함으로써 체험하는 경우가 거의 다이다. 플레이스테이션 유튜브 홍보영상을 보면 적응형 트리거로 체험할 수 있는 건 이 이상인 듯한데, 다른 게임을 해 봐야 해당 기능의 진가를 알 수 있을 듯하다.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는 4년 전 발매된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의 후속작이다. 4년이라는 절 짧지 않은 기간을 거쳐 발매된 만큼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는 내용을 잊어버린 사람을 대상으로 게임에서 요약 영상이라는 편의를 제공한다. 복습을 통해 아, 이랬었지라는 막연한 기억으로 시작한 게임은 전투에 돌입하니 몸이 먼저 반응하며 윤곽이 뚜렷해진다. 본작에서 새롭게 도입된 연계 기술이 익숙한 전투를 새롭게 만든다. 연계 기술은 성능도 준수하지만, 전투 외적으로도 단순히 몇 가지 행동 분기로 등장인물의 주인공에 대한 호감도가 달라진 전작과는 달리 호감도 상승에 대한 그럴듯한 이유를 마련해 주는 기능도 한다.
4년의 세월만큼 전투 외에도 달라진 부분은 많다. 우선 이야기를 따라 다음 지역으로, 다음 지역으로 흘러만 가던 방식을 탈피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지역을 탐험할 수 있게 되었다. 탐험 방식은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다. 처음에는 지역을 상세히 밝혀줄 통신 탑을 먼저 탐험하게 되고, 그 후에는 이야기 흐름에 따라 초코보 포획을 하게 된다. 그 후에 비로소 토벌이나 서브 퀘스트, 특수 의뢰 등을 하게 된다. 그밖에 통신 탑으로 밝혀지지는 않는, 자율적 탐색에 대한 보상인 보물 상자도 존재한다.
그러나 언뜻 선택 사항인 것처럼 보이는 지역 탐색 과제는 전투와 관련된 캐릭터 육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실상 안 할 수가 없다. 각 지역의 개성이 뚜렷해서 자율에 맡기면 충분히 탐험이 즐거울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처음이야 제작자의 의도대로 즐겁게 지역을 탐색하기는 하지만, 후반부 지역 중 '곤가가'와 '코스모캐니언'에서는 지역 탐험이 급격히 어려워지는 바람에 많은 과제량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해 오던 게임이 한꺼번에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물론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도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길 안내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만, 단순히 평면 좌표상의 위치를 안내하는 것일 뿐 고저 차를 반영하지 못해 정말 안내 기능이 필요할 때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행스럽게도 수월한 전투를 위한 반강제적 요소 중 하나인 서브 퀘스트는 전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퀘스트 수행 방식은 여전히 전투, 수집, 호위 등이 대부분이지만, 이야기에 깊이가 더해졌으며 메인 퀘스트와 접점도 생겨 게임을 할 때 훨씬 동기부여가 된다. 개수도 지역별로 5개 내외로 그렇게 부담되지도 않는다.
서브 퀘스트가 이어준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의 큰 이야기 줄기는 정체전선을 형성한다. 본작은 전작의 대치 대상이었던 신라를 넘어 별을 위협하는 세피로스의 제거를 목표로 행동하지만, 현시점에서 달성이 요원하다 보니 전작과 비교했을 때 늘어지게 된다. 바레트와 레드의 과거를 알게 되고, 클라우드와 티파의 추억도 일부 다뤄지지만, 주인공과 세피로스의 비밀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게임은 끝나야 하니 마지막에는 도대체 언제 끝날지 가늠도 되지 않는 장황한 보스전을 넣었다. 세계선은 뒤엉켜 엉망진창이다.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이야기를 읽는 재미이겠지만 본작에서는 그런 의문 거리가 막바지에 집중되는 데다, 이렇게 던져진 의문을 게임 내 묘사를 통해 추측해 볼 여지도 없이 게임이 끝나버려 찝찝함만 남는다.
전반적으로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는 재구성을 통해 원작의 세계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확장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경험이 때에 따라서는 과하다고 느껴져 적정화가 필요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단점으로 입을 모아 말하는 미니 게임도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는 증거는 되지만, 적정 경험을 제공하는 관점에서는 좋은 방향의 세심함이라고 보기 힘들다. 재구성되지 않은 부분은 그만큼 원작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이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부분도 있었다. 젊음을 기준 가치로 두는 시선의 반영인 멸칭으로서의 '아줌마'라는 용어의 사용은 최근의 미디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데 왜 이런 대사가 버젓이 살아남았는지 의문이다.
당시 게임에서 손을 몇 달간 놓았었다.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전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게임이지만 사소한 걱정일 뿐이었다. 즐거웠기에 상술한 여러 가지 불만을 극복했지만, 이왕이면 다음 작에선 개선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