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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역전재판123 나루호도 셀렉션

by *새벽하늘 2023. 9. 11.

 <역전재판123 나루호도 셀렉션>은 변호사 주인공 나루호도 류이치가 법정에서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게임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중심이기 때문에 게임의 호흡 또한 사건 단위로 끊어져 게임을 적당히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사건 해결은 크게 증거 수집과 재판으로 나뉜다. 증거 수집 단계에서는 사건의 대략적인 내용 전달과 증거 수집 등이 이루어지며, 재판 단계에서는 수집한 증거를 기반으로 의뢰인의 변호를 하게 된다. <역전재판123 나루호도 셀렉션> 을 비롯한 <역전재판 시리즈>의 꽃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바로 이 재판 단계이다. 

 재판 단계에서는 증인을 포함해 법정에 출두한 이들의 발언을 잘 검토하여, 앞서 증거 수집 단계에서 파악한 사실과 차이가 없는지 검토하고, 때로는 이의를 제기하며 의뢰인을 변호한다. 이러한 방식은 작중에서 '모순을 찾는다'고 서술되나, 실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꼬투리를 잡는 것에 불과하다. 어떨 때는 격식만 지킨 말싸움으로도 느껴진다. 당연하게도 이는 실제 재판 및 변호 과정과 매우 다르며, 단지 재판 시에 이러한 이의 제기와 반박, 증거제시 등이 이루어져야 게임이 긴장감이 생겨 훨씬 흥미진진해지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일 뿐이다. 

 흥미진진함은 현실의 법정과 같은 엄숙한 분위기 아래에서 빚어지지 않는다. 진지한 분위기로 경직되는 것을 막고자 함인지 <역전재판 시리즈>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소가 나오는 상황을 자주 연출한다. 어깃장이 지나쳐 우스꽝스러울 때도 있다. 게임이기 때문에 허용된 세계이지만 가끔은 시시껄렁한 잡담도 한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도 분위기가 가볍지는 않다. 사건은 언제나 의뢰인인 피고인을 변호하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 무죄를 따내며 마무리되는데, <역전재판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음악의 힘을 입어 분위기는 일변하고 무게는 더해진다. 과정은 재미있고, 역전은 짜릿하며,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단순한 과정에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점이 <역전재판 시리즈>의 매력이다. 

 이야기는 일회성이 아니다. 사건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서서히 진행된다. 사건의 반 이상이 주인공의 삶과 깊게 연관된다. 별개의 사건들로 밝혀지는 주인공의 삶은 연속성과 깊이를 더해가고,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은 과거를 갖게 되어 입체적인 인물이 된다. 그래서 매번 법정이 비슷한 형태로 흘러가도 지루하지 않다. 작위성을 희생양으로 게임은 플레이어가 게임에 애착을 갖도록 만든다. 

 즐거운 경험을 주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한 결과가 드러난 게임 <역전재판123 나루호도 셀렉션>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매 편마다 폭탄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 가슴을 부각시키는 데다 가슴을 흔드는 <역전재판 소생하는 역전>의 '쇼치쿠 우메요', 여색을 밝히는 <역전재판 2>의 '홋타 원장', 제복을 입을 여성을 비정상적일 정도로 찾는 <역전재판 3>의 '이가라시 쇼헤이'. <역전재판123 나루호도 셀렉션> 의 시작을 알리는 <역전재판 소생하는 역전>이 지금으로부터 무려 20여 년 전 발매된 게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여성 혐오적 시선을 전면으로 드러내는 등장인물을 버틸 수 있어야 비로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자격이 갖춰진다는 건 꽤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