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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The Last of Us Remastered

by *새벽하늘 2019. 10. 25.

 사람조차 감염시켜버리는 동충하초균으로 전 세계는 혼란과 불신의 사회에 빠져버린다. 경이적인 속도로 퍼져나가는 동충하초균과 감염체들을 둘러싸고 여러 세력이 등장했지만, 주인공 중 한 명인 조엘은 단지 하루를 잘 영위하는 데만 애쓰는 개인일 뿐이다. 도덕은 사치일 뿐이니까.

 그런 치열한 하루는 통신망이 괴멸된 현재 아마 확인된 단 하나의 면역체인 엘리로 균열이 간다. 물론 그 혜택을 누리면 좋겠지만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하고서까지 고난을 자신이 짊어질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그를 그렇게 놔두진 않았고, 엘리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인정이 싹트게 되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다다른 결론은 면역체의 머리를 수술하지 않고서는 백신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고, 조엘은 인류의 구원보단 당장 자신 앞에 있는 자와의 유대를 선택한다. 

 나와는 먼 선보다는 일상의 행복을 좇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기발하진 않지만 풀어내는 방법이 마음에 든다. 공공연한 문법으로서 실제론 할 일없는 혼잣말로 내면을 구구절절 내 마음이 어떻다 구차하게 설명하는 것 없이, 서양 미디어에서 잘 느낄 수 있는 직선적이면서도 날카롭지 않은 산뜻한 대화, 그리고 행간을 읽어야 하는 암시적 대화가 좋다. 특히 본편보다 DLC 레프트 비하인드 중 챕터 4의 라일리와 엘리의 대화는 정말 사랑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드러난 갈등 구조 없이 감염체 및 다른 집단과의 대치가 계속되는 데다, 게임 또한 느릿느릿하게 진행되다 보니 빨리빨리 사회에 중독된 사람으로서 여간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PSN 무료게임으로 시작한 거라 어떻게든 1달 안에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다 보니 더 그랬다. 2013년에 처음 발매되어 지금까지 명성이 이어져 온 만큼 누가 해도 어느 정도의 재미는 있을 것 같지만 역시 취향이 안 맞아서 기대만큼 와닿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