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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파타 모르가나의 저택

by *새벽하늘 2020. 2. 15.

 

 불행을 비교하는 건 웃긴 일이다. 같은 불행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떤 특성 - 가령,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든가 - 을 지니는지, 어떤 인적, 사회적 자본을 가졌는지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져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주인공 중 하나인 모르가나는 누가 봐도 평범의 범주를 훨씬 넘어선 고통을 받았고, 그렇기에 다른 이를 원망하는 것도 지극히 인간적이다.     모르가나는 명백히 살해당했다. 그래서 그녀는 환생한 그들에게 철저히 복수한다. 반드시 저택에 찾아와 불행한 결말을 다다르도록 저주했다. 미셸에 감화되어 그들을 저주의 인과에서 풀어낼 때까지도 그녀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용서한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게임은 모르가나에 너무 집중해서 상대적으로 또 다른 주인공인 미셸과 지젤에게 가해진 폭력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미셸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을 영원에 가둔 상대임에도 지젤은 모르가나를 포용한다. 자신을 상처입혔던 미셸에게도 똑같이 행동했기 때문에 이런 흐름이 어색하진 않지만, '그래도'다. 

 게임은 이율배반적이다. 완전히 도덕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인 면을 반영하지도 않는다. 그저 모르가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뿐이다. 폭력은 경중에 상관없이 있어서는 안 될 일로 취급되어야 함에도 모르가나의 경험은 당연시되고 어쩔 수 없단 식으로 서술되는 반면, 모르가나가 다른 이에게 행한 것은 당연하다는 식으로 흘러간다. 다른 이가 그녀에게 행한 건 또 다른 생을 걸어서라도 갚아야 할 중대한 것이지만, 그녀의 행동에 대해선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다.

 어나더 스토리에서는 뭔가 있나 싶었는데 굳이 없어도 될 이야기들의 모음집이었다. 가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다시 서술하여 플레이어가 면죄부를 주게끔 할 필요가 있었을까? 콘솔 버전에서 새로 추가된 풀보이스 시나리오도 결국은 동어반복이다. 덮어놓고 '덕질'을 한다면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Fragment가 제일 좋았지만, 이젠 옛날 같은 마음으로 게임을 할 순 없다. 거짓 정보와 적당하게 뿌려진 복선이 후에 반전되어 하나로 수렴되는 전개가 시선을 사로잡지만, 결국엔 자극적인 전개 위에 성립하는 이야기다. 왜 같은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그래도 행복한 전개가 좋다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 직접 겪어야 비로소 이해되는 것도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