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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유구의 티어블레이드 -Lost Chronicle-

by *새벽하늘 2017. 7. 17.


유구의 티어블레이드 -Lost Chronicle-  HP

오토메이트


 로봇이 여성 취향의 게임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태까지 시도된 적이 거의 없는 소재이니만큼, 로봇을 이야기 속에 어떻게 녹여낼지 기대와 불안을 안았다. 우려와는 달리 로봇은 생각보다 이야기 속에 잘 녹아 들어갔다. 그렇지만 전투장면은 연출 부족으로 영 박진감이 없다. 공략 캐릭터들의 스탠딩 CG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숫자의 로봇의 스탠딩 CG와 한정된 타격음, 그리고 이펙트만 실린 스틸로 꾸려진 전투는 어설픈 삼류 종이 인형극을 보는 듯하다. 이야기에서 전투의 비중이 결코 작지 않은 만큼 조금 더 신경 써주었으면 좋았을 법했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취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는데 뒤가 궁금해질 정도의 흡입력이 이 게임에서는 부족하다. 어떤 캐릭터를 클리어해도 놀라울 정도로 아무 감흥이 없다. 내용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떤 루트를 타도 위기봉착은 로우-아르카디아의 2단으로 이루어지고, 해결은 나노머신으로 이루어진다. 적이 로우-아르카디아로 고정된 건 단순해서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명색이 공략 캐릭터 중 하나인 로우는 허구한 날 배신당하거나 이용당하고, 성장한 캐릭터의 전투력 측정기로 전락해버려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리고 위기를 해결하는 수단은 나노머신뿐이다. 문제 해결의 수단이 하나인 것도 웃기지만 분명 이브의 나노머신은 '회복', 로우의 나노머신은 '분해'에 특화되어 있다고 서술되어 있는데 후반부에 가서는 어느새 초능력이 되어있어 황당하다.


 슬프게도 이야기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지루해진다. 개별루트로 분기되는 부분이 상당히 후반부라 2회차 이후로는 스킵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똑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읽게 되기 때문이다. 말만 개별루트지 개별루트 초반부 진행이 다른 루트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똑같음에도 개별루트로 처리되어 스킵이 불가능한 점도 짜증을 유발하는 요소 중 하나다. (그렇지만 이건 비단 이 게임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게임에서도 보이는 문제점이다. 게임에 슬슬 지쳐갈 때라 더 거슬린 듯하다) 그나마 이야기가 화(話)를 단위로 짧게 구성되어 있고, 새로운 이야기로 돌입할 때마다 타이틀 컷이 들어가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었다. 진행을 빨리하고 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면 클리어하는 건 한참이나 뒤였을 것 같다. 전체 화수는 20화 남짓이지만, 실제 길이는 그렇게 길지 않아서 반나절이면 초회차도 완료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외에 윗문단에서 언급한 최종 결전에서의 구성상 유사점도 원인 중 하나다.


 그 밖에 시스템 면에서는 이상하게도 스틸이 캐릭터별로 나누어져 있지 않다. 더군다나 정렬순서가 가로가 아니고 좌측 세로부터 차례로 정렬되어 처음에는 왜 이렇게 스틸이 뒤죽박죽 섞여 있나 싶을 정도였다. 스틸을 이렇게 한곳에 모아놓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말이다. 


 * 이 포스팅은 허당님의 협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