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두과자/게임

What Remains of Edith Finch

by *새벽하늘 2017. 7. 9.


What Remains of Edith Finch  HP

Giant Sparrow


 게임을 하기 전 설명서를 보는 착실한 플레이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요즘같이 패키지에 종이로 된 조작설명서 대신 기기 내의 디지털 설명서가 존재하는 지금은? 적어도 나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지 요즘 게임은 시작할 때 조작설명을 해주곤 한다. 하지만 이 게임은 아무리 사용되는 버튼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튜토리얼이랄 게 없다. 기껏해야 아날로그 스틱과 R1, 그리고 메뉴호출에 옵션버튼을 쓰지만, 마찬가지로 버튼 사용이 얼마 되지 않는 Journey는 간단하게나마 튜토리얼을 준비해줬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어떤 버튼을 사용하는지는 컨트롤러의 모든 버튼인 12, 혹은 그 이상을 모두 눌러보면 끝나는 일이지만 그 자그마한 친절은 못내 아쉽다.


 그런데 편의상 게임으로 칭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이건 게임이라기보다는 게임의 형식을 취한 스토리텔링형 어드벤처에 가깝다. (해당 장르를 워킹 시뮬레이터라 부른다는 걸 여기서 처음 알았다) 조작이 가능한 책을 읽고 있는 느낌이라 하면 될까? 게임은 항상 이야기를 담아왔지만, What Remains of Edith Finch에서는 왜 이다지도 책을 읽는 것 같은 이질적인 느낌이 들까? 이는 여러 요인이 맞물려 발생하는데, 우선은 이야기의 구성부터 짚어나가야 한다. 이야기는 액자식 구성과 옴니버스 구성이 합쳐진 형태로, Edith의 아들(로 추정되는 자)이 Edith의 회고록을 펼쳐 들며 액자 속 이야기가 시작되는 형태다. 그렇지만 게임은 내화로 전환된 후에도 여전히 과거형으로 서술된다. 보통 회상에 돌입하면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문장의 시제는 현재로 기술되는데 여기서는 꾸준하게 과거를 고집한다. 그리고 게임은 텍스트를 시각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전달한다. 아니, 대화나 사고를 시청각 양면으로 제공할 때의 자막을 생각하면 안 된다. 책을 통째로 따와 게임 전면에 배치한다. 당연히 문체는 문어체로 잘 정련된 형태다. 동시에 게임은 문장을 시각적으로도 구현하긴 하지만 플레이어는 게임을 '관람'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장이 시각적으로 제시될 뿐만 아니라 그 문장을 쓴 사람이 시종일관 읽는 것 또한 요인의 하나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는 해도 플레이어는 단지 영화를 보는 것처럼 게임에서 수동적인 위치에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조작 가능한 영상매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도 않는다. 아이에게 곧잘 보여주는 스마트기기 기반의 상호작용형 동화책과 이 게임은 닮았다. 플레이어의 조작도 다음 문장을 이끌어가기 위한 것으로 이야기 흐름의 일부이다. 



 게임은 시작할 때부터 끝나있다. 이로 인해 - 앞에서 말한 것처럼 - 문장의 시제 또한 과거로 고정된다. 살아있는 건 거의 없다. 죽음의 침묵이다. 그렇지만 게임은 무겁지는 않다. 무섭지도 않다. 의문스러운 죽음, 미스터리 그 이상이 아니다. 그저 이런 과거가 있었다 제시할 뿐이다. 문장은 누구에게 향하는 것은 아니다. 독백이 대부분이고, 과거의 어느 한 장면을 기록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게임은 다소 지루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는 문장이 시각적으로 신선한 방식으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문장이 이런 제시 방식을 차용한다면, 끝에 가서는 따분함이 고개를 들 것이므로 제작사는 가끔만 이 전략을 사용한다.


 사용하는 버튼 수가 적다는 것이 곧 플레이의 단순함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제작사의 전작 The Unfinished Swan이 그랬다. 제작사는 전작의 경험을 살려 에피소드마다 해당 인물의 특성을 살린 참신한 미니 스테이지를 준비했다. 덕분에 텍스트의 시각적 효과와 더불어 게임이 지루하지 않게 되었다. 잘못 사용하면 게임의 통일성이 떨어져 보일 수가 있지만, 옴니버스 구성 덕분에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의 도입이 난잡함으로 변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게임은 끝이랄 게 없다. 다루는 내용상의 한계이기도 하다. 생존자라고는 Edith의 아들뿐이니, 게임은 Finch네 가족의 의문스러운 죽음의 그 이상의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끝맺음이랄 것도 당연히 없다. 플레이타임이 매우 짧다는 것 또한 이러한 맺음 없는 결말의 허전함에 박차를 가한다. 전작에서는 트랙마다 마음에 들었던 음악 또한 본작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대했던 게임이라 실망은 컸다. 추천하기에도 미묘하다. 그런데도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면 플레이타임이 2시간 언저리라는 것과 전작과 마찬가지로 멀미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각오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또한, PS4 일본어판 한정으로 번역의 질이 높지 않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문장을 구별하는 마침표도 제대로 찍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스팀(Steam)에서 지원해주니, 웬만하면 스팀으로 게임을 구입하길 권한다. 그렇지만 구입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자. 자신이 게임의 가치를 어디 두느냐에 따라 이 게임은 2200엔을 지불할 정도인지 아닌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