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y HP
thatgamecompany
느끼는 게임
이 게임은 화면에 나오는, 화분에 힘없이 핀 꽃들의 '꿈'에 들어가 바람을 일으켜 꽃을 피우는 게임이다. 때로는 푸른 초원에서, 바람 부는 협곡에서, 해지는 들녘 등에서 말이다. 그러다가 후반에 이르러서는 심각한 분위기로 변화하지만, 그것도 잠시, 꽃잎이 세계를 초록빛으로 물들이면서 결국에는 평화롭게 막을 내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게임은 글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 전달하고자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해석이 플레이어에 따라 다양해진다. 텍스트 어드벤처조차 글로 전달됨에도 불구하고 해석이 갈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글이 하나도 없는 이 게임은 오죽하랴. 12년간의 의무교육-정확하게는 9년간의 의무교육과 3년간의 선택교육이지만 말이다-을 거친, 굳은 사고를 가진 나는 이러한 게임에서조차 어떠한 명확한 언급, 명확한 스토리텔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게임은 그저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설령 게임의 제작자가 특정 의도로 이 게임을 만들었다 할지라도, 고등학교 국어 과정에서 배웠던 것과 같이 우리가 받아들이기에 따라, 또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작품의 해석은 달라지는 게 지극히 당연하므로, 우리가 느끼는 그대로가 이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라고 볼 수가 있다. 그게 전부인 것이다. 내가 A를 느꼈다고 하면 그 게임은 나에게 있어서 A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고, B를 느꼈다면 나에게 있어서 B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김춘수의 시 '꽃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마지막 화분에서 여태까지 페이드아웃으로 모호하게 타이틀(현실)로 돌아왔던 것과 달리, 직접 창문을 통해 타이틀로 돌아오는 장면을 넣음으로써 타이틀(현실-도시)과 화분(꿈-자연)을 이어준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흔히 도시와 자연은 상반되는 이미지로 존재하지만, 이러한 장면을 통해 흔히 자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인식되는 도시에도 자연은 살아있으며, 또한 모르는 사이에 도시는 자연과 공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편안한 게임
경쟁사회를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게임 속에서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쉼 없이 경쟁하며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나날 중 - 심지어 주로 플레이하는 기종이 PSP에서 PSV로 넘어간 이후에는 트로피라는 시스템이 생김으로써 이전보다 더 목표지향적인 게임플레이가 되어 버렸다. 오히려 트로피라는 존재 때문에, 트로피를 따기 위해 게임을 공격적으로 하게 되는 주객전도 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말이다 - 이런 게임을 발견해 오랜만에 레벨이나 경험치, 최강 장비 등과 같은 것에 대한 부담 없이 게임을 한 것 같다. 트로피 또한 그렇게 어려운 것도 없는 데다, '게임상에 나오는 꽃을 모두 피우시오'와 같은 트로피를 위한 트로피 - 솔직히 이런 트로피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놀랐다 - 도 없어서 트로피 100%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 또한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 메모
개인적으로 조작법은 비타 기준으로 터치 조작이 훨씬 나았다. 트로피 관련은 혹시나 모를 스포일러를 대비해 요약 글로 접어둔다.
제작자의 말
정보를 찾아보려고 소개 페이지에 들어가니 이런 게 있길래 대강 번역해봤다.
Jenova Chen(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공동 설립자 - thatgamecompany)
'Flower'는 저 자신이 미국을 여행하며 영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중국의 대도시에서 자란 저는 미국에서 영원히 계속되는 듯한 푸른 초원과 풍차에 놀랐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대자연에 접하는 매력이란 것을 안 겁니다. 거기서 처음으로 저는, 자연과 접할 수 있는 상호작용(interactive) 게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자연에 접하고 나서는 여태까지의 도시생활이 그리워지기도 했습니다. 거기서 자연과 도시라는 상반된 두 개의 공간에 대한 애착을 표현하기 위해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상하이 등의 도시의 이미지와 자연의 이미지를 융합하여 이 게임을 만들어갔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식의 이야기가 아닌, 플레이어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 싶어서 최종적으로 'Flower'라는 시적인 게임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제각각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게임에서도 스테이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주위의 환경에 변화를 가져와, 다양한 감정을 느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여행의 마지막을 맞이했을 때, 플레이어분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언가를 느껴준다면 좋겠습니다.
Kellee Santiago(프로듀서 & 공동 설립자 - thatgamecompany)
'Flower'의 제작은 결코 처음부터 완성까지 하나의 레일로 이어져 있던 건 아닙니다. 거기다 굉장히 추상적이고 어려운 제재이기도 해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최종적인 게임성도 다양한 프로토타입으로 시험해가며 겨우 방향성을 잡았습니다. 다양한 버전의 스토리나 캐릭터도 만들었습니다만, 결국 어떤 것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플레이어가 새로운 체험을 해 주었으면 했기 때문에, 제작과정은 안갯속을 걷는 듯했습니다. 최종적인 목표는 뚜렷했지만 거기까지 다다르는 과정이 감이 잡히지 않아,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겨우 빛이 보여서 다 같이 그 희망을 향해 덤불을 헤치고 도랑을 건너 돌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웃음) 여러 가지로 힘들었습니다만, 마지막에는 좋았다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Flower', 부디 즐겨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