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앵귀 포터블 HP
DESIGN FACTORY
2011년부터 잡다가 놓다가 반복해오던 박앵귀를 드디어 끝냈다. 한창 여성향 게임에 빠져있을 때 박앵귀가 잡지든 유저 간에든 하도 많이 회자된 지라 도대체 어떤 게임인지 궁금해져서 한번 플레이해봤는데, 나에게는 그저 그런 평작이었다. 캐릭터라도 괜찮으면 수상록도 해 볼까 싶었는데, 구미가 당기지 않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일단 이 게임이 여성향 게임의 탈을 쓴 역사물이라는 이야기는 누누이 들어왔기 때문에 지루한 건 감안하고 시작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지루했다. 너무 지루하다! 원래 역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데다 모르는 지명, 인명이 너무 많아서 더 지루하게 느꼈다. 여하튼 우리나라 역사를 집어넣기에도 부족한 머리에 일본사를 집어넣으려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역사 부분은 대충 흐름만 보고 넘겼다.
↓이하는 맨 마지막에 한 캐릭터가 히지카타라 그 루트에 대한 생각이 주가 된다. (나머지는 n년 ~ n달 전이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역사 안에 연애를 끼워 넣으려다 보니 끼워 넣을 부분을 잘 찾지 못했는지 연애는 역사에 겉절이로 들어갔다는 느낌이 많이 났다. 특히 치즈루는 연애를 뺀다면, 그래 연애를 뺀다면... 연애를 위해 넣은 캐릭터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벤트가 이야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 좋을 텐데 이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그랬기 때문에 마음에 크게 와 닿지도 않았다. 다른 캐릭터는 한지가 워낙 오래돼서 잘 모르겠고, 히지카타 루트는 확실했다. 참고로 히지카타 루트에서는 마지막에 박앵귀라는 제목의 유래가 된 중요한 이벤트가 나오는데, 거기에서도 이벤트의 주축은 히지카타와 다른 모 캐릭터였지 치즈루는 고작 에필로그에서 나오니 말 다했다. 하지만 연애이벤트가 이야기에서 겉돈다는 것과는 별개로 연애이벤트는 마음에 들었다. 특히 히지카타 루트에서는 다른 루트와는 다르게 히지카타가 치즈루를 몇 번이나 떼어내려 했음에도 끝까지 따라가는, 쟁취하는 사랑이 그려져서 더욱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히지카타 루트에 대해 조금 더 쓰자면, 중간에 주요한 인물이 죽게 되면서 히지카타가 크게 흔들리게 되는데, 그런 혼란스런 마음을 나중에 만나게 되는 오오토리랑 다른 사람에게 화로써 풀려는 것 같아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특히 우치노미야 성 공략전 때, 결국에는 이겨서 다행이지만 그 과정 - 겁에 질려 도망치려고 하는 자기네 병사를 망설임도 없이 베어버릴 때 - 이 너무 어이없고 또 짜증 났다. 나중에는 승리를 위해서라고는 했지만 나는 그 주 인물이 죽은 뒤의 분풀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뒤에도 한동안 자신의 상실감을 없애기 위해 전술이고 뭐고 무작정 돌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때 오오토리가 한 '우리는 전력과 인원을 파악하여, 어떻게 이겨야 할지 전술을 생각해야만 해! 대책 없이 돌진한다면 옛날과 아무 차이가 없어' 이 말에 격한 동의를 보내고 싶었다.
이쯤 되면 다른 캐릭터에 대해 떠오를 법도 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최근에 했던 하라다는 치즈루가 행복해질 수 있었던, 연애한다는 느낌이 제일 많이 나는 루트였고, 헤이스케는 그냥 안타까웠으며, 카자마는 노멀 루트 겉절이. 사이토는 무사의 자세에 관해 이야기했었나 싶고, 오키타는 콘도 빠돌이에 제멋대로인 캐릭터...였던 것 같다. 여하튼 끝까지 플레이했으니 그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