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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게임

최후의 약속 이야기

by *새벽하늘 2014. 4. 19.

최후의 약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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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쩌자고 라슈디라는 꽃돌이에게 홀랑 넘어가서 방치한 지 몇 년 만에 다시 이 게임을 잡았는지. 그리고 클리어를 해 버렸는지. 게임을 하며 헛웃음만 나왔다. 하도 허탈하고 화가 나서 되는대로 글을 써 버릴 뻔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귀찮음 덕분에 핵심적인 몇 줄만 쓰고 방치해두다가 냉정한 상태로 지금에서야 1회차 감상을 적는다.


 일단 이 게임을 한 마디로 설명해주는 짤을 첨부한다.


 연관검색어가 쿠소게(별로인 게임)일 만큼 이 게임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물론 개중에는 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대중적으로 봤을 때는 이건 쿠소게 반열에 들만 한 게임이었다. 솔직히 나도 좋다고는 말 못 하겠다.


 본격적인 감상에 들어가기 전에, 1. 공략은 보지 않았다. 2. 경험치 노가다도 하지 않았다. 미션에 바로 나가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냥 싸우고 왔다. 3. 난이도는 제일 쉬운 걸 선택하였다. 는 걸 감안해줬으면 한다.


 일단 시나리오 면에서는 뭘 열심히 분위기를 잡으려고는 하는데 구체적인 설명이 안 나온다. 애초에 이 게임이 '적국의 침략으로 망해가는 나라의 국민을 구출하기 위한 마지막 1일간'을 그린 것이라 진행이 급한 건 이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급하게 진행되어도 그렇지, 그에 대한 부연 설명조차도 너무 없다. 제작자들은 플레이어가 부연 설명 없이도 특정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과 말을 하는지 알 거로 생각하는 건가? 전혀 아니다. 추측하는 것도 어느 정도의 단서가 있어야 하는 거지. 그래서 게임을 클리어하고 나서 여운이 전혀 남지 않았다. 어, 끝났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한편 게임 진행은 크게 영토제압과 백성 구출의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영토제압의 의미가 전혀 없었다. 백성들을 1000명 이상 구출하지 않으면 4장 이후에는 바로 배드엔딩으로 이어지는 데다가, 특정 캐릭터의 루트를 타기 위해서는 백성 구출을 적절히 하면서 그 캐릭터와의 특정 미션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미션에 대한 안내가 너무나 부족한 것 같았다. 게임상에서는 안내 문구가 금방 지나갔었지만, 메뉴 내에서는 그래도 설명해 주겠지 싶어서 메뉴를 열었더니 아무것도 없을 때의 허탈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현재 내가 있는 맵이 어느 구역인지조차도 알 수가 없으니 그야말로 불친절의 극치였다.


 난이도는 가장 쉬운 걸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어려웠는데, 이건 개인차가 있으니 일단 넘어간다. 

 전투 시스템 면에서는 특이하게도 적대심이란 것이 있는데, 체력이 0이거나, 다른 동료의 체력을 회복시키거나, 혹은 적에게 큰 데미지를 주면 그 수치가 올라간다. 하지만 적대심이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수치가 클수록 적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적대심과 공격순서를 잘 생각해서 전략을 짜야 한다. 처음에는 이걸 깡그리 무시하고 되는대로 게임을 진행했었지만, 주인공이 스킬을 좀 더 많이 습득하게 되고 나니 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꽤 재미있어졌다. 나는 보통 체력이 가장 많은 주인공을 총알받이로 쓴 다음에 다른 캐릭터로 공격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게임에 스틸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클리어하고 나서도 메인 메뉴에는 새로 시작하기, 불러오기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스틸을 저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았다. 그리고 1회차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중간중간에 나오는 동영상이 스킵이 되지 않았다. 안 그래도 3D 렌더링 수준이 별로라 보고 있기가 괴로웠다. 같은 해에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영식과 비교하면 한숨이 나올 수준이다. 스퀘어에닉스가 그래픽이 뛰어난 곳이라는 걸 고려한다 해도 이건 너무나 차이가 심했다. 음악이라던가(특히 타이틀 곡) 일러스트는 괜찮았지만, 다른 요소, 특히 시나리오가 평타조차도 되지 않는 수준이라 다 말아먹은 게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