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두과자/게임

SEKIRO: SHADOWS DIE TWICE

by *새벽하늘 2019. 7. 31.

 풍전등화의 나라 아시나. 주인공은 닌자이며 지켜야 할 주군은 특이체질 때문에 납치된다. 납치된 주군을 구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은 SEKIRO: SHADOWS DIE TWICE(이하 세키로)를 이끌어가는 동력원이다. 많지 않은 등장인물 중 버려지는 사람은 없다시피 하며 다들 개성이 뚜렷하다. 심지어 NPC마저 매력적이다. 악역은 단순히 쓰러트려야 할 존재로서 플레이어를 막아서는 게 아니라 나름의 사연 - 개중엔 정당화되지 않을 것도 있지만 - 이 있으며, 분위기를 북돋는 테마와 개성적인 전투방식을 두르고 나타나 인상적이다. 그들을 격파하는 건 소문대로 어렵긴 했지만, 트로피가 붙어있지 않은 미니 보스들은 극히 보통의 실력을 갖춘 내 기준으로 난이도가 적당히 어려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게 좋았다. 

 적당히. 정말 중요하다. 쉬우면 재미가 없으며 어려우면 의욕이 떨어진다. 같은 제작사의 게임인 블러드본에서는 야남 시가지 중 소위 캠프파이어라 불리는 곳에서 등불을 켜는 법도 몰라 몇 시간이나 헛고생을 한 걸 생각하면 세키로는 친절하기도 할뿐더러 공략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헤쳐나갈 수 있을 정도다. 일반 맵에서 다수에게 둘러싸이면 죽는 건 매한가지지만, 스태미나가 사라져서 여차하면 적을 떼어낼 때까지 달릴 수가 있다. 특히 갈고리를 통해 건물의 위로도 접근할 수 있으며 초반부는 이를 견제하는 적이 없다시피 해서 지붕으로 대피하는 방법이 참 유효하다. 거기다 인살(忍殺)이라는, 적의 뒤나 공중으로 접근해 무방비 상태로 하면 체력이 얼마든 간에 한 방에 보낼 수 있다는 시스템은 강력하다. 



 하지만 보스전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진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하는 대상이다. 체력을 다 깎아서 다음 장소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인살 시스템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인살은 무방비 상태 말고도 체간 게이지를 다 채워도 발동하기 때문이다. 체간은 공격할 때는 공격 대상에게, 방어할 때는 방어를 한 쪽이 쌓이게 되기 때문에 잘 쳐내면 공격을 한 쪽도 게이지가 쌓인다. 따라서 적당히 공격하고 방어해가면서 체간 게이지를 다 채우면 체력을 다 깎지 않아도 보스를 처리할 수 있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체간 게이지는 칼을 맞대고 있지 않은 시간이 늘어나면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막고자 한 대 치고 빠지며 상황을 지켜보기보단 조금이라도 더 붙어서 때리고 싶게 한다. 그리고 바짝 붙어서 하면 패턴이 의외로 정형화되는 경우도 많아 상황을 풀어내기에 좋았다. 단지 리듬감 있게 잘 쳐내는 게 어려워 사람들이 편법을 쓰기 마련이고 나 또한 아시나류 사세 진스케는 중간보스임에도 도대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편법을 써서 헤쳐나갔다. 동작을 단시간에 잘 잡아내는 동체 시력과 리듬감이 역시나 게임을 쉽게 만드는 열쇠로 보인다.

 게임을 여태까지 하지 못하게 만든 건 배경이 일본 전국시대이기 때문이었는데, 막상 플레이하다 보니 불교 요소도 많고 배경 그래픽도 아름다워 시대적 배경이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특히 배경 그래픽의 경우 사계절이 뚜렷하고 절도 많이 나와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사진 기능이 있었다면 스크린샷을 더 많이 찍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반면 주인공인 세키로의 성우가 과거 문제를 일으킨 성우인 나미카와 다이스케라 뒤늦게 기분이 나빠지기도 했다. 성우만 빼면 액션도, 이야기도 완벽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