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닌텐도DS로 발매된 레이튼 교수 시리즈가 HD 리마스터화되어 스마트폰용 앱으로 출시되었다. 앱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 있는데, 묶음 할인이라는 게 있어서 일본어판으로 샀다. 구매는 가격 설정이 가능한 이메일 구입을 이용하면 잔고가 남지 않아 좋다.
게임은 생각보다 용량이 적어 금방 다운로드된다. 앱을 실행시키면 익숙한 레벨파이브의 효과음과 함께 타이틀이 뜨는데 리뉴얼된 로고가 불만이다. 로고에 담긴 차분함과 진중함을 좋아했는데 열혈 애니메이션 타이틀의 그것이 되어 버려 분위기를 해친다. 그렇지만 여전히 음악은 마음에 쏙 든다. 캐릭터는 (플랜더스의 개와 같은) 명작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소박함이 있다. 한때의 유행을 좇지 않아 지금 보아도 촌스럽지 않다.
첫 작품인 이상한 마을은 유산 찾기라는 소재를 가져와 고전 추리소설을 연상케 하지만 실제로는 스팀 펑크를 기반으로 하는 이야기에 추리 요소가 살짝 가미된 정도다. 핵심은 부정(父情)으로, 딸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일생일대의 계획에는 감동이긴 했지만, 자신의 욕구를 옳지 않은 방향으로 추구해 딸과 틀어졌다는 걸 생각하면 마냥 눈물을 글썽일 수만은 없었다. 봉합은 어찌 잘 되긴 했지만 세세한 걸 따지고 들면 무너지는 이야기의 구조도 신경 쓰인다.
다음 작인 악마의 상자는 공포 요소가 추가되어 분위기를 쇄신하였을 뿐만 아니라 마을에만 머물렀던 전작과 달리 여러 도시를 오가며 이야기의 규모도 커졌다. 마을의 진실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은 하지만 서술 시점을 이용한 트릭으로 진상을 꿰뚫기는 힘들어 생각하는 재미도 있으며 반전도 신선하다. 그렇지만 이상한 마을의 결말에 생각했던 '그렇게 마무리를 지어버리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지?'라는 물음을 악마의 상자에서도 똑같이 가지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책이 부실하다.
이야기가 커지다 보니 불만도 전작보다 많아졌는데, 중반까지 해설 조로 진행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 거추장스러웠고, 이야기 흐름도 끊어버려 불편했다. 이미 대화와 상단 스크린으로 다음 목표를 제시해주고 있는데 굳이 해설을 넣어야 했을까 싶다. 또 전작을 잇고자 아로마가 등장한 건 좋았으나 거의 활약이 없으며, 적은 분량을 자칭 라이벌의 등장에 할당해버리는데 이 모든 과정이 불필요했다.
게임의 핵심 요소인 수수께끼는 이상한 마을에서는 이야기와 별도로 존재하는 콘텐츠였지만 악마의 상자로 넘어오면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도 한다. 진실과 함께 등장하는 최후의 수수께끼가 타이틀의 이미지와 함께 그 정점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여지가 없을 거다. 말은 수수께끼이지만 수학 문제도 많아 성취감을 듬뿍 느낄 수 있어 즐거웠다. 힌트 없이는 규칙을 발견하기가 어려운 것이 몇 있지만 만족한다. 남은 건 본편의 마지막 작품인 최후의 시간여행을 기다리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