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 체험판 HP
네오앨리스
모름지기 체험판이란 구매의욕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구매의욕을 높이기 위한 요소에는 예쁜 일러스트, 완성도 높은 음악, 호화로운 성우진 등이 있는데, 사실 이들은 굳이 체험판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형태로 제공된다. 하지만 종합예술이라는 것은 이들 원소의 단순한 합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회사들은 체험판 혹은 플레이 동영상을 제공해서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그 중 비주얼 노벨이라는 장르는 시나리오를 주축으로 하여 다른 요소들이 어우러지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절묘한 장면에서 끊어서 게임을 사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여야 할 것이고.
하지만 그 점에서 구운몽은 체험판으로서의 목적달성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느낀 구운몽 체험판은 게임의 맛보기라는 느낌보다는 자신들이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많은 요소를 넣으려고 무리하게 애쓴 결과물이었다. 그러다 보니 본 건 많았지만, 딱히 뒷이야기는 궁금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결국 뭐였지? 라는 느낌만 들었다.
본편을 압축한 것이 체험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흐름이 끊기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도대체 어떻게 끼워 맞추었는지 진행 면에서 너무 뚝뚝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학창시절 때 짜깁기 한 번 안 해본 사람처럼 왜 이러세요. 아마 캐릭터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은데, 그 때문에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리고 느낌상 게임 초중반까지 진행된 것 같았는데, 이러면 막상 본편을 플레이할 때 이미 해 본 내용이니만큼 몰입감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 스틸도 불필요하게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굳이 모든 캐릭터를, 스틸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을까? 캐릭터나 스틸 같은 건 오프닝이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으니 체험판에서는 구미가 당기도록 이야기를 구성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미니게임을 넣은 건 굉장히 뜬금없었다. 공식에서 홍보영상도 따로 공개했는데 왜지. 미니게임이 유무가 게임 구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 같지도 않고, 넣지 않아도 하등 상관없었을 것 같다.
한편 시스템 면에서는 내가 못 찾은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백로그를 따로 지원하지 않았다. 마우스 휠 대응도 되지 않아 키보드나 마우스로 계속 눌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 주인공의 독백과 대화할 시의 글씨체가 달라서 어색했다. 보니까 색도 다르게 설정한 것 같은데 왜 거기다 또 폰트도 다르게 했는지 싶었다. 그런 점에서 스틸도 개인적으로는 조금 걸렸다. 퀄리티가 어쨌든 간에 하나로 통일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딴소리지만 개인적으로 스틸 중에서는 맨 위에 올려놓은 소하가 가장 내 취향이었다.
그러고 보니 월이를 찾아갈 때 월의 스틸이 나오면서 기녀도 같이 나오는데, 그땐 예뻤던 기녀들이 대화창으로 등장하게 되니 영... 아무리 엑스트라라고 해도 취급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스도 마찬가지. 나오다가 안 나오니까 어색하기도 하고.
게임이 못 만들어졌다는 말이 아니다. 특히 배경음악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하지만 체험판이 소비자가 원하는 부분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 그게 좀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