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 다람쥐
블로그에 방문해 주신 여러분,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상당히 오랫동안 블로그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지 않았고, 앞으로도 글을 쓸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전에는 인터넷으로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이 너무나 즐거워 열심히 블로그 활동을 했습니다. 소통을 위해 사담을 공개된 장소에 써 내려가는 행위가 당시에는 신변에 대한 위협으로 그다지 이어지지 않았던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사람과 알게 된다는 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지요. 이런저런 일을 겪은 후 저는 알던 사람들과만 교류하며 안전한 세계에서 계속 지내오길 택했고, 블로그에는 사담을 더 이상 적지 않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편지를 정리했습니다. 버렸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어릴 적 편지에서부터 인터넷에서 활발히..
은 변호사 주인공 나루호도 류이치가 법정에서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게임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중심이기 때문에 게임의 호흡 또한 사건 단위로 끊어져 게임을 적당히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사건 해결은 크게 증거 수집과 재판으로 나뉜다. 증거 수집 단계에서는 사건의 대략적인 내용 전달과 증거 수집 등이 이루어지며, 재판 단계에서는 수집한 증거를 기반으로 의뢰인의 변호를 하게 된다. 을 비롯한 의 꽃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바로 이 재판 단계이다. 재판 단계에서는 증인을 포함해 법정에 출두한 이들의 발언을 잘 검토하여, 앞서 증거 수집 단계에서 파악한 사실과 차이가 없는지 검토하고, 때로는 이의를 제기하며 의뢰인을 변호한다. 이러한 방식은 작중에서 '모순을 찾는다'고 서술되나, 실상 돌아가는 ..
검은 타이틀 화면을 열고 들어간 게임의 세계는 서글프다. 엄밀한 의미의 살아있는 사람이라곤 주인공뿐이다. 세계는 끝없이 비가 내린다. 음악은 차분하거나 슬픈 가락의 집합으로, 고조되는 가락 속에도 울적함을 넣는 걸 잊지 않는다. 슬픔 속에는 친절함이 있다. 게임은 그리 어렵지도 않은 조작법을 하나하나 알려주는데, 이러한 모습은 직전에 한 게임이 '하데스'라서 더욱 비교된다. 하지만 친절한 것도 초반뿐이었다. 세계에 대한 경험을 지도가 온전히 반영하질 못한다. 각 구역의 지도를 직사각형 하나로 표현하는 그 잘못된 대담함은 게임의 피로도를 증가시킨다. 게임은 적을 쓰러트리며 새로이 얻는 기술로 같은 구역을 다시 탐색하게끔 강제하는데, 지도 탓에 같은 구역을 매번 처음처럼 탐색해야 한다. 심지어 각 구역은 넓..
게임을 시작하면 대뜸 하늘(배경은 지하 세계니 정확히는 위라고 해야 맞겠다)에서 주인공으로 보이는 인물이 멋지게 착지한다. 펼쳐지는 양피지에는 '타르타로스'라고 적혀있다. 앞에 적이 있으니까 맞섰다. 배경 설명 하나 없이 시작된 게임은 조작마저 옵션에서 따로 공부해야 한다. 불친절하다. 조작은 어렵지 않지만, 어지간히 게임을 잘 하지 않는 이상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는 금방 죽게 된다. 저승세계일 텐데도 죽음은 존재해 주인공은 피 웅덩이에서 부활한다. 초보자의 어리둥절한 실수 끝에서 이야기는 비로소 시작된다. 게임 제목인 '하데스'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명계의 신이라는 사실은 죽음에 의한 시작에 의미를 부여한다. 정작 주인공은 '하데스'가 아닌 그의 아들 '자그레우스'이지만, 자그레우스가 풀어나갈 ..
이유야 어찌 됐든 언차티드 4는 여전히 보물을, 생사의 기로라는 아슬아슬함을 탐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렇지만 전작인 3편에서 스릴보다는 안정성을 취한 만큼, 본작은 탐욕이라는 주제를 소극적 당사자의 입장에서 과거와 현재, 우리와 적, 나와 파트너라는 세 층으로 보여준다. 전작으로 작품이 마무리된 줄 알았던 플레이어는 언차티드 4라는 신작을 통해 게임이라는 모험에 다시금 소환되었고, 언차티드 시리즈의 주인공 네이선 드레이크는 형을 구하기 위해 다시금 보물 사냥을 시작한다. 보물을 둘러싼 아수라장을 즐기기보다는 점점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주인공의 태도에 플레이어가 강하게 이입하게 되는 건, 주인공과 플레이어의 공통점을 이용한 제작사의 영리한 설계 덕택이다. 몇 년만의 만남인 만큼 기술은 좋아지고 눈은 호강..
부부간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세계를 지키고 싶은 자녀는 수상한 책에 소원을 빌고, 소원은 부부를 인형으로 만들어 버린다. 부부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 고군분투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가족관계도 회복된다. 게임은 인간만을 가족으로 간주한다. 플레이어 한 명과 컴퓨터로 만들어진 자아와의 조합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대인에게 게임에 흥미가 있으며, 같은 게임기를 소지하고, 생활방식이 비슷한 친구를 찾는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대를 찾았다고 해서 그 이후가 순조롭게 흘러가는 건 아니다. 함께 하는 게임으로 설계된 것 치고는 게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내 경우는 상대가 게임 실력이 뛰어난 편이었는데, 본인이 해결 방법을 안다고 하여 내가 모르는 부분을 ..
컵헤드의 다운로드 콘텐츠 '맛있는 마지막 코스'에서는 조작 캐릭터 '미스 챌리스'가 새로이 등장한다. 체력은 컵헤드 형제보다 1 많은 4에다, 대시로 패리가 되는 등 명백한 초보자용 캐릭터다. 그렇지만 다운로드 콘텐츠는 미스 챌리스를 기본 조작 캐릭터로 상정하고 만들어진 탓인지 컵헤드 본편의 경험이 있음에도 그리 쉽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새로운 조작 방식과 적의 공격 방식에 적응하는 과정을 제하고서도 다운로드 콘텐츠는 본편에 적응해 버린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시련을 내리기 위해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공격이 잡다해진 탓이 컸다. 게임은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한 도구다. 시시해서 하품 나오지 않게, 어려워서 의욕을 잃지 않게 만들어 마지막까지 플레이어를 끌어준다. 물론 그 '플레이어'의 수준을 어느 ..
플레이어가 게임을 보듯이, 게임 속 캐릭터는 가상현실을 봤다. 가상현실 속 거짓을 봤다. 초반과 종반에 나온 '모든 것이 반대'라는 구호처럼 캐릭터의 '현실', 가상 '현실', 그리고 가상현실 속에서 보는 '가상' 오디션 프로그램의 현실-가상 구도는 역전된다. 그렇지만 내용의 상당 부분이 가상현실 묘사에 할애된 탓에 현실-가상현실-가상 오디션 프로그램을 잇는 묘사는 적어졌고, 그 결과 플레이어가 놀랄 것이라 가정하고 설계됐을 게임의 진상에 플레이어는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 게임은 이야기가 주임에도 부분 과금 형태를 취한다. 이야기는 매일 일정 수 부여되는 '티켓'을 사용해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수익은 티켓으로 일부 얻나 싶지만, 아니었다. 티켓은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대신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
*새벽하늘
다람쥐와 호두과자